[테니스/프랑스오픈]홈코트 피에르스, 힝기스 넘었다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02분


1명과만 싸운 게 아니었다.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의 센터 코트를 가득 메운 '파리지엔' 모두가 그녀가 딛고 넘어야 할 높은 벽.

9일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홈코트의 마리 피에르스(25)와 맞붙은 세계랭킹 1위 마르티나 힝기스(20·스위스). 4대 메이저 타이틀 가운데 유일하게 이 대회에서만 우승하지 못했다. 올해로 6번째 도전. 설욕을 별렀지만 결국 롤랑가로스는 그녀에게 여전히 한 서린 곳으로 남았다.

경기 내내 "마리, 마리"를 연호하는 관중에 맞서 2시간10분 동안 접전을 펼쳤으나 1-2(4-6 7-5 2-6)로 힝기스의 패배. 이번 대회에서 힝기스와 피에르스는 복식 파트너로 손발을 맞췄다. 우정을 나눈 절친한 콤비였지만 승부는 승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에 힝기스는 좌우 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로, 피에르스는 과감한 네트 플레이로 각각 서로의 약점을 공략했다.

홈팬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첫세트를 먼저 따내 기선을 제압한 피에르스는 다리 근육통에 시달리며 2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3세트 들어 다시 네트를 장악, 강력한 발리로 포인트를 보탠데 힘입어 2게임 만을 내준채 승리를 결정지었다.

지난해 결승에서 슈테피 그라프에게 패한 뒤 눈물을 흘리며 코트를 떠난 힝기스는 피에르스와 씁쓸한 입맞춤을 나누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94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이 대회 결승에 오른 피에르스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친필 축전까지 받으며 일약 국민 영웅 으로 떠올랐다. 67년 프랑소와즈 뒤르에 이어 33년만에 다시 프랑스 출신 챔피언을 노리는 그녀의 결승 상대는 5번 시드의 콘치타 마르티네스(스페인). 이들은 지난해 2회전에서 맞붙어 마르티네스가 이긴바 있다.

〈김종석기자·파리외신종합〉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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