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벨기에에 망명한 음보, 에밀 음펜자 형제가 그 주인공. 음보(24)는 교체멤버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고 에밀(22)은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사상 첫 공동개최로 11일 개막한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개막전이 열린 벨기에 브뤼셀의 킹방두앙스타디움. 동생 에밀이 5만여 관중이 꽉 들어 찬 스탠드를 온통 붉은 색 물결이 요동치게 만들었다. 에밀은 이날 스웨덴 문전을 유린, 쐐기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며 벨기에에 귀중한 1승을 안겨준 것.
97년 2월 북아일랜드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에밀은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도 교체멤버로 2번 모습을 나타냈던 유망주. 2년이 지난 지금은 벨기에 공격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빠른 발과 현란한 개인기, 동물적 감각으로 골을 사냥하며 '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에밀은 엑셀시어 무스크론팀으로 벨기에 리그에 데뷔, 스탠다드팀을 거쳐 지금은 독일의 샬케 04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고 형 음보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뛰고 있다.
이날 에밀은 크로아티아 출신 브랑코 스트루파르와 투톱으로 나섰다. 흑인 특유의 빠른 발로 상대 문전을 휘젓던 에밀은 후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지 채 1분이 지나지 않아서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골지역을 파고들던 에밀이 스트루파르의 패스를 어깨로 살짝 받아 떨어뜨린 뒤 오른발로 차 넣어 홈 팬들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은 것.
벨기에는 후반 8분 골키퍼 필립 데 빌데의 어이없는 실수로 한골을 내줬지만 에밀의 맹활약으로 먼저 승점 3을 확보, 이탈리아(15일) 터키(20일)전을 치르는 데 훨씬 여유가 생겨 8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