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13일 자신은 이기는 경기에만 투입된다며 박찬호(27·LA다저스)의 선발 등판일인 14일엔 출전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애리조나의 마무리 김병현은 마운드에 오를 일이 없었다. 왜? 박찬호가 혼자 경기를 끝냈으니까.
박찬호가 김병현이 보는 앞에서 8승째(4패)를 시즌 첫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지난달 9일 3과 3분의 1이닝 동안 9안타 8실점의 수모를 당했던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앙갚음’을 톡톡히 한 것.
98년 9월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 이후 1년6개월여만에 따낸 완투승으로 개인통산 4번째.
박찬호는 이날 시종 공격적인 피칭으로 애리조나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워맥, 곤살레스, 핀리 등 왼손타자들을 상대로 과감히 몸쪽 승부를 벌인 게 인상적이었다. 5회 애리조나의 데미안 밀러에게 한복판 커브를 던지다 좌월홈런을 얻어맞은 게 유일한 실투.
후반까지 공의 위력이 떨어지지 않은 박찬호는 9회 3만4000여명의 기립박수 속에서 마지막 타자 핀리를 삼진으로 잡고 두손을 번쩍 치켜들어 완투승을 자축했다. 다저스는 ‘찬호 도우미’ 게리 셰필드가 홈런 포함, 3타점을 올리는 활약으로 6-1로 승리.
애리조나전 승리로 박찬호는 지난달 30일 뉴욕 메츠전 이후 4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4경기에서 28과 3분의 2이닝 동안 단 6점만 내줘 4경기 평균자책이 1.88. 시즌 평균자책도 다시 3점대(3.99)로 떨어졌다.
그는 19일 홈에서 열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5연승에 도전한다.
▼달라진 찬호▼
박찬호는 선발투수지만 완투형 투수는 아니다.
94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165경기에서 완투는 불과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선발로 나가 6회 아니면 7회, 길게 가야 8회까지가 한계였다. 이유는 뭘까. 이는 볼넷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인 통산 볼넷이 14일로 400개를 돌파했다. 아직도 올시즌 내셔널리그 최다 볼넷(55개) 허용투수. 하지만 삼진도 많다. 그는 탈삼진 70개로 내셔널리그 랭킹 15위다.
삼진과 볼넷이 많다는 것은 뭘 말할까. 투구수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투구수가 많으면 당연히 완투가 어렵다. 박찬호의 한계 투구수는 110∼120개다. 하지만 14일 애리조나전에서 박찬호는 완투하고도 투구수가 108개에 불과했다. 탈삼진은 4개로 평소보다 적었고 볼넷도 단 1개. 땅볼 12개와 뜬 공 10개 등 대부분의 타자를 맞혀 잡았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전엔 2스트라이크 이후 유인구를 던지다 보니 투구수가 많았다. 최근엔 유인구 대신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제 ‘맞혀 잡는 피칭이 훨씬 경제적’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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