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수상스키에 빠진 주부 최효숙씨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남편은 오늘도 늦네….'

결혼 2개월차 초보주부 최효숙씨(27)는 오늘도 어김없이 늦는 남편을 자정녘까지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새벽부터 일어나 시부모님 식사준비 하랴,가게일 보랴 쉴 틈 없이 바빴던 하루의 피로가 쏟아지는 잠에 대항할 기력을 남겨두지 않았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머리맡에 챙겨둔 '장비'를 바라보며 단잠을 잤다.

일요일인 18일 오전 7시.새벽에 남편 김지훈씨(35)가 들어오면서 색다른 하루가 시작된다.경춘가도로 접어든 승용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활짝 열어제친 차창으로 상큼한 물냄새 나무 냄새가 후끈 몸을 달군다.

3시간만에 도착한 한국스포랜드.북한강 상류 청평댐 깊숙이 숨어든 이곳은 최씨가 5년전부터 남편과 주말마다 찾는 해방구 다.생활이 만든 스트레스나 옥신각신 부부 사이의 앙금도 이곳에서는 모두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간단한 준비 운동후 한 발 스키를 신고 푸른 강물 속으로 첨벙.이내 최씨의 몸은 모터보트의 경쾌한 소음과 함께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다.수상스키 경력이 벌써 5년째지만 타기 전엔 늘 긴장감을 감출 수 없다.그러나 일단 물위로 오르기만 하면...

얼굴에 강하게 맞부딪혀 오는 바람,발 밑에서 갈라지는 하얀 물보라와 함께 최씨는 '자유'란 단어를 음미한다.

최씨는 김씨 집안의 맏며느리다.아래로 동서가 2명.8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한 탓에 나이로는 시댁식구중 막내다.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생활은 그리 녹녹치 않다.아침밥 준비는 물론 서울 강남에 문을 연 1004 헤어터치 미장원 운영까지 하루해가 짧다.자칭 '뮤지션'인 남편도 미사리 카페 라이브공연,컴퓨터 음악 프로그램 기획 등 '올빼미 작업'으로 새벽 3,4시에 귀가하기 일쑤다.

그러나 최씨의 얼굴에선 늘 상큼한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주말마다 남편과 즐기는 수상스키가 나머지 '사소한' 생활의 피로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

"94년 남편과 사귀면서 우연히 수상스키를 접했죠.몇 번의 실패 끝에 맨 처음 물위로 올라섰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해요.이후 바다로 여름 휴가를 간 적이 없지요."

최씨는 수상스키를 타면서 남편과 건강을 동시에 얻었다.특히 보디빌딩 이상으로 하체와 허리를 단련시키는 수상스키는 최씨가 활기찬 일주일을 이끌어가는 비결이다.지금은 언니 내외까지도 모두 수상스키 동호인이 됐다.

"먹는걸 다 싸오니 가족 나들이도 돼죠.1회 이용료가 다소 비싼 것 같지만 따져보면 웬만큼 체력에 자신있는 사람도 하루에 2회 이상 타기 힘드니 돈도 많이 안들죠.다리나 허리가 쑤시고 피곤한 사람에겐 그야말로 만병통치약 까지 돼죠.이 이상 좋은 여가 생활이 있나요?" 최씨의 수상스키 예찬론이다.

<가평=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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