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27·LA다저스)가 지난해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백인투수 팀 벨처에게 ‘이단옆차기’를 하고 난 뒤 이를 악물고 했던 말이다.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세계’ 메이저리그.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정글의 법칙’에 순응해야 한다는 작은 외침이었다.
이런 점에서 ‘박찬호가 사는 법’은 너무나 간단 명료하다.
적군을 만났을 땐 가차없이 적의 장수를 베어버리는 것. 프로야구에서 적의 장수는 바로 상대팀의 슈퍼스타다.
박찬호가 올시즌 5연승 가도를 달리며 시즌의 40%도 채 지나지 않은 20일 현재 9승투수로 우뚝 선 것은 이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례로 박찬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9타수 4안타로 약했지만 올해는 6타수 1안타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19일 경기서 2점홈런을 맞긴 했지만 삼진을 2개나 잡아내며 세인트루이스 타선의 기를 꺾어놓았다.
더구나 박찬호는 맥과이어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빅3’로 꼽히는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에겐 통산 28타수 6안타(0.214),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에겐 8타수 1안타(0.125)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강타자인 그레그 본(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겐 13타수 1안타(0.077), 켄 캐미니티(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겐 24타수 2안타(0.083), 래리 워커(콜로라도 로키스)에겐 9타수 1안타(0.111)로 앞서고 있다.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 토니 그윈(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후안 곤살레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승부도 피안타율이 각각 0.250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박찬호도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위치타자 배리 본즈다. 본즈는 박찬호를 상대로 통산 25타수 8안타(0.320) 중 4홈런 9타점에 볼넷을 9개나 얻어냈다.
한편 메이저리그의 떠오르는 샛별 김병현(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아직 박찬호에게는 못미치지만 슈퍼스타와의 승부에서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김병현은 맥과이어에겐 두 번 만나 모두 볼넷을 내줬지만 소사와 피아자에겐 삼진을 뺏어내 ‘한국산 핵잠수함’의 위용을 떨쳤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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