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박찬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정확하게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9승째를 낚았다.
한결 나아진 경기운영과 타격, 베이스 러닝, 슬라이딩은 그가 단지 ‘공만 잘 던지는 반쪽 선수’가 아니라 상당한 야구센스와 재능을 고루 갖추었음을 보여준 점에서도 기분좋은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역시 공을 던질 때마다 ‘억’ 소리를 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진지하고 강한 승부욕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
야구선수는 야구로 평가받아야 함을 잘 아는 그의 전력투구는 5회부터 손에 쥐가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7회를 끝내고 마운드에서 물러난 것만 보더라도 1승을 위한 긴장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선발투수의 1승엔 우연이 통하지 않는다는 ‘정글의 법칙’을 이미 마이너리그 때 체험해 봤으니….
이제 박찬호가 유념해야 할 것은 ‘올스타 출전’ ‘20승 투수’ ‘사이영상 후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거나 부담을 갖지 않는 일이다. 훈장이 사욕없이 잘 싸웠을 때 주어지듯 투구 역시 잡념과 과욕이 없어야 균형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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