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윔블던대회]쿠르니코바 인기 유럽하늘 찌른다

  • 입력 2000년 6월 27일 18시 55분


인기와 실력은 여전히 별개였다.

‘테니스 요정’ 안나 쿠르니코바(19·러시아)를 두고 하는 얘기다. 금발에 뛰어난 미모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쿠르니코바. 그녀가 27일 영국 런던 교외의 올 잉글랜드 코트에서 열린 윔블던대회 여자단식 1회전에서 상드린 테스튀(프랑스)와 맞붙었다. 이 경기에 배정된 코트는 유서 깊은 센터코트. 세계랭킹 19위로 시드도 받지 못한 그녀에게는 ‘칙사대접’인 셈. 반면 이날 톱시드인 마르티나 힝기스는 1번 코트에서, 지난해 US오픈 챔피언인 세레나 윌리엄스는 3번 코트에서 각각 첫판을 치렀다. 123년 역사의 대회 조직위원회가 흥행 카드를 확실하게 써먹은 것.

윔블던 개막과 함께 쿠르니코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쿠르바마니아’라 불리는 열성팬들이 경기장에 몰려들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시선을 집중시켰고 구애라도 하듯 휘파람을 불어댔다. 30여명 사진기자의 렌즈도 시종일관 그녀에게 초점을 맞췄다. 런던 시내에는 그녀가 모델로 나온 스포츠 속옷 광고판이 1500개나 세워졌다. 지하철 가판대에 꽂힌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표지인물도 쿠르니코바 일색이었다.

95년 프로에 뛴 쿠르니코바는 97년 윔블던에서 거둔 4강이 자신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 빼어난 외모에 비해 성적은 신통치 않았던 게 사실. 지난해 벌어들인 1000만달러의 수입 가운데 상금은 10%에 불과, ‘얼굴로 먹고사는 2류 선수’라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수 위로 평가된 10번 시드의 테스튀를 풀세트 끝에 2-1로 제압하고 2회전에 진출해 ‘핀업걸’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경기가 끝난 뒤 쿠르니코바는 약혼자로 알려진 아이스하키 스타 세르게이 페데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다. 그녀가 뛰는 모습을 좀더 오랫동안 보고싶어하는 남성팬들도 역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편 대회 여자단식 2연패를 노리는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는 코리나 모라리우(미국)에 기권승을 거두고 2회전에 올랐다. 첫세트를 6-3으로 따낸 데이븐포트는 2세트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리턴샷을 날리던 모라리우가 베이스라인에서 미끄러져 왼쪽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경기를 포기, 싱겁게 첫판을 통과했다

<김종석기자·윔블던외신종합>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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