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시간) 열린 제11회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4강전에서 이탈리아 선수·코칭스태프들은 네덜란드와의 승부차기때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킥커에 힘을 실어주었다.
첫번째 키커로 나선 디 비아조(인터밀란)는 가볍게 득점에 성공해 다음 킥커들에게 부담을 덜어줬다. 반면 네덜란드 프랑크 데 부르(바로셀로나)는 전반 페널티킥 실축에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못넣어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
디 비아조는 바로 2년전 파리의 악몽을 떠올리며 한동안 깊은 감회에 젖었다.
비아조는 주최국인 프랑스와의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실축한 비운의 주인공.
당시 이탈리아는 연장 접전 끝에 가진 승부차기에서 비아조의 페널티킥이 크로스바를 맞는 바람에 3-4로 패퇴, 월드컵 우승 길목에서 번번이 승부차기로 무너지는 불운에 치를 떨었다.
이탈리아는 안방에서 치러진 90년 월드컵 4강에서 아르헨티나에 3-4, 94년 미국월드컵 결승에서는 로베르트 바조의 어이없는 실축으로 브라질에 2-3으로 잇따라 무릎을 꿇었던 팀.
그러나 이번만큼은 승리의 여신이 이탈리아에 미소를 보냈다.
프랑스월드컵때와 정반대로 동전던지기에서 선축을 잡아 한 발짝 앞섰고 비아조는 홈관중의 야유를 뚫고 멋지게 첫 골을 성공시켜 분위기를 장악했다.
2년전 바조로부터 ‘비운의 스타’ 자리를 이어받았던 비아조는 “페널티킥을 놓쳤던 파리에서는 침착했었지만 이번에는 슛을 앞두고 잡념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고 “결국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페널티킥을 넣는 데 결정적 힘이 됐다”고 말했다.
승부차기 망령을 떨쳐낸 ‘아주리군단’의 팀워크가 2년 만에 갖는 프랑스와의 재대결에서 승리의 원동력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