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서양어문학부 2학년 김하련씨(21). 인간 한계와 싸운다는 3종 경기에 푹 빠졌다. 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의 아이언맨 코스 완주에 도전하고 있다.
그녀에게 처음 이 운동을 권유한 사람은 남도 아닌 바로 어머니 이재숙씨(48). 지난해 전남 광주에 사는 어머니가 철인 3종경기클럽에 가입하면서 ‘함께 해보지 않을래’ 하며 슬쩍 떠봤을 때 깜짝놀라 손사래부터 쳤다.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난 연말 뉴질랜드 배낭여행에서 우연히 철인 3종경기 국내 여자 1인자인 김정숙씨와 만났다. 이역만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귀국 후 곧바로 ‘철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올초 철인 3종경기 동호회인 ‘트라이윈’ 회원이 된 그녀는 학교 생활 틈틈이 험난한 훈련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한강 둔치에서 1주일에 서너번 10㎞ 달리기와 40㎞ 사이클을 탄다. 수영은 잠실과 올림픽공원 수영장에서 보통 한번에 1.5∼2㎞ 정도 물살을 가른다. 처음에는 조금만 뛰어도 파김치가 됐으나 얼마전부터는 아침에 10㎞를 뛰고 곧장 등교를 해도 수업 시간에 조는 법이 없다.
4월 천안에서 열린 전국듀애슬론대회에서는 5㎞ 달리기, 40㎞ 사이클, 10㎞ 달리기의 코스를 소화해 냈다. 여름방학인 요즘에는 더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어 학원 수강에, 과외에, 재수하는 남동생 뒷바라지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운동시간 만큼은 빼먹지 않고 있다. 특히 클럽 선배들과 함께 바다 수영을 익히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며칠전에는 제주도로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집안에서도 용품을 사주고 대회에 출전할 때 응원을 오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몸도 건강해졌다. 이리저리 넘어지다보니 흉터가 많아졌고 얼굴에 주근깨 투성이지만 훈장처럼 자랑스럽다. 게다가 참을성이 부쩍 늘었고 매사에 두려움 대신 자신감이 생겼다. 고교때 집을 떠나 줄곧 서울에서 유학한 그녀에게는 어머니와 새롭게 대화 통로까지 생겼다.
“이제 운동은 삶의 일부분이에요. 고생스러운 만큼 성취감이 크고 재미도 있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조금씩 늘어나는 실력을 확인할 때 희열을 맛본다는 김하련씨는 장차 어머니와 함께 풀코스를 완주해 보는게 꿈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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