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톱시드의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이변의 터널’을 뚫고 준준결승에 안착,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샘프러스는 2회전에서 왼쪽발목을 다쳤으나 마치 ‘언제 아팠느냐’는 듯 최상의 기량으로 3,4회전을 가뿐히 통과, 주위로부터 ‘꾀병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샀다. AP통신은 16강전에서 샘프러스가 왕년의 육상스타 칼 루이스처럼 뛰어다녔고 점프할 때는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를 연상시켰다고 보도했을 정도.
남녀 16명의 8강 진출자 가운데 미국 출신은 딱 절반인 8명. 특히 여자부에서는 지난해 챔피언 린제이 데이븐포트를 포함해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남자단식 전원 3회전 탈락, 여자단식에서도 단 2명만이 8강에 오른 게 최고성적이었던 지난달 프랑스오픈과 비교하면 미국세의 대단한 약진이 아닐 수 없다.사이좋게 준준결승에 합류한 윌리엄스 두자매의 동생 세레나는 “미국 여자테니스는 세계 최강이며 아마 맥도널드 치즈버거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의 요정’ 안나 쿠르니코바의 복식 경기에서는 마크 로버츠(35)라는 남자가 코트에 뛰어들어 스트리킹을 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쿠르니코바의 열성팬인 로버츠는 나타샤 즈베레바(벨로루시)와 짝을 이룬 쿠르니코바의 복식 3회전 도중 알몸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다 경호원에 붙들려 경기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가슴에 쿠르니코바가 모델로 나온 스포츠브라 광고 카피를 칠하고 나온 이 남자는 156차례나 스트리킹을 한 ‘전문 스트리커’라고 자신을 소개. ‘나체 해프닝’에 아랑곳하지 않고 2-0으로 승리한 쿠르니코바는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느라 그를 보지 못했다”며 수줍게 말했다.
<김종석기자·윔블던외신종합>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