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휴스의 월드컵 속으로]유로2000 그 후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7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파티는 끝났다.지난 3주간 오렌지색 옷을 입은 사람은 클루이베르트와 베르캄프의 네덜란드팀이 유로 2000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 것이라는 희망속에 살았다.

폰델파크의 우아한 거리에서나 암스텔레빈 지역 빈민촌에서나 청소년들은 새가 노래하는 것 만큼이나 볼과 함께 놀았다.그러나 결국 이탈리아는 마치 거미가 진귀한 먹이감을 거미줄로 유혹하듯 네덜란드를 덫에 몰아넣었다.준결승에서 탈락하기에는 너무도 아쉽고 잔인한 승부차기로 막을 내렸다.

그 직전까지는 기쁨이 넘쳐흘렀다.우리는 국적에 관계없이 지네딘 지단의 기술,루이스 피구와 루이 코스타의 패스와 움직임,라울의 볼터치,에드가 다비스의 역동성,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의 힘을 보고 즐거워했다.

가혹할 정도의 속도전과 육체적인 스트레스,맹렬한 열기속에 선수들은 공작새처럼 기술을 펼쳐보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한편 훌리건들을 미워하면서 내 생각은 이제 여러분에게로 향한다.이 극치의 축구 기술과 미개한 난동이 한묶음으로 2002년 한국에 도착했을 때 여러분은 무슨 옷을 입을 계획인가.네덜란드인이 온통 오렌지색 물결에 휩싸여 마치 축구팀 색깔로 옷을 입는 것이 국민의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듯 이같은 전 국가적인 과시가 바로 축제의 정신이고 스포츠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엮는 어려운 작업에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번 대회의 축구 수준이 스타디움에 있었던 우리만큼이나 여러분들도 열광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심판은 올바른 풍토를 정착시켰다.선수들을 경기장에서 추방시키길 결코 두려워하지 않아 10명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벨기에와 덴마크의 개막전 심판을 맡았던 마르쿠스 메르크는 인도에서 135개의 고아원을 상대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치과의사다. 메르크는 투박하고 수세적이지만 더할나위 없이 변칙 축구 기술에 능한 이탈리아가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을 준결승전에서 밀어내는 현장 한복판에 있었다. 메르크가 이탈리아에 6개의 옐로카드와 1개의 레드카드,네덜란드에 3개의 옐로카드를 내민 그 경기 전까지만해도 스포츠는 승자였다.

나는 왕년의 명 골키퍼로 장의사보다 웃음이 적은 이탈리아 디노 조프 감독의 친구들이 내가 편견을 가졌다고 비난하리라는 점을 잘 안다.그러나 어쨌든 이탈리아는 네덜란드의 개인기를 침몰시키기 위해 나섰고 성공했다.

물론 잔루카 잠브로타가 퇴장당한후에도 거의 90분 동안 포기하길 거부한 이탈리아의 정신적 강인함은 훌륭한 미덕이다.그러나 이번 경우의 이탈리아는 닭장속의 여우와 같은 존재였다.

이탈리아의 플레이는 대회의 매력을 떨어뜨렸다.만약 네덜란드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더라면 물론 우리는 아무런 불평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네덜란드의 초조함은 페널티킥을 무위로 돌렸다.그 결과 당당했던 프랭크 레이카르트는 네덜란드 감독직을 내놓았다.

이런 불안정성속에 많은 팀과 플레이케이커들이 우리에게 확실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기적이 아니라면 대부분 백만장자인 선수들이 과거와 달리 더 이상 지휘자의 엄지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오늘부터 2002년까지는 수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그러나 만약 내가 여러분이라면 나는 시간에 맞춰 나의 소품을 준비하겠다.나는 팀 유니폼 의상을 입고 아프리카와 남미를 포함해 올 여름 확실한 족적을 남긴 천재 선수들에게 다음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며 2002년 월드컵을 고대할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축구를 사랑한다.' <축구칼럼리스트>

<정리=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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