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영국 런던 근교의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준준결승. 지난해 준우승자로 2번 시드인 아가시가 10번 시드의 마크 필리포시스(호주)를 3-0(7-6, 6-3, 6-4)으로 꺾었다. 이날 아가시는 22개의 서브 에이스를 올린 광속서버 필리포시스를 맞아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첫 세트를 따낸 뒤 여세를 몰아 2, 3세트를 내리잡아 승부를 갈랐다. 이로써 아가시는 통산 7번째 메이저 타이틀이자 92년 이후 8년 만의 윔블던 정상을 노리게 됐다.
12번 시드의 라프터는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알렉산더 포프(독일)를 역시 3-0(6-3, 6-2, 7-6)으로 따돌렸다. 93년부터 해마다 윔블던 문을 두드린 그가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해 4강 진출. 나머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97년과 98년에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포프가 잦은 실책으로 자멸하는 바람에 첫 세트와 두번째 세트를 쉽게 낚은 라프터는 3세트에서도 5-3까지 앞섰다. 하지만 포프의 반격에 휘말려 6-6 타이브레이크에서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편 6일 벌어지는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비너스(20) 세레나(19)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처드(미국)는 딸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두 딸에게 처음 라켓을 쥐어주었던 리처드는 코치 겸 매니저의 1인3역을 맡아 이번 대회에 딸들과 동행했다. 결전을 앞두고 비너스와 세레나에게 똑같이 75달러씩 내기를 건 그는 이 경기 관전을 장례식 참석에 비유했다.
지는 쪽은 땅에 묻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게 그의 말. 그 광경을 외면하고 싶었을까. 리처드는 실제로 한 장례식에 가기 위해 딸들의 게임은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를 응원할 수도 없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뜻.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노리는 비너스는 “세레나는 힘에서 나를 압도한다”며 “설사 지더라도 남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동생을 치켜세웠다.
둘 다 강력한 서브 앤드 발리가 주무기. 메이저 대회 4강에서 자매가 싸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들은 역대전적에서 비너스가 98년 호주오픈 2회전 승리를 포함해 3승1패로 우위를 보였다. 최근인 지난해 그랜드슬램컵에서는 세레나가 3연패를 끊고 첫승을 거뒀다. 손목 부상 후유증이 있는 언니보다는 지난해 US오픈 챔피언으로 이번 대회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동생의 우위가 점쳐진다.
지난해 챔피언인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는 4강에 올라 10대 돌풍의 주역 옐레나 다킥(호주)과 만난다.
<김종석기자·윔블던외신종합>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