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윔블던]볼치코프,4강 오른 237위

  • 입력 2000년 7월 6일 18시 21분


볼치코프가 누구야?

2000년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강 대진표에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블라디미르 볼치코프(22·벨로루시).

6일 영국 런던 근교의 올 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바이런 블랙(짐바브웨)을 3-0으로 꺾었다. 피트 샘프러스, 안드레 아가시(이상 미국), 패트릭 라프터(호주) 등 기라성 같은 4강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프로 경력 5년째인 볼치코프의 세계 랭킹은 237위. 역대 윔블던 4강 진출자 가운데 가장 낮은 랭킹. 또 예선통과자로는 77년 존 맥켄로(미국)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민스크에 사는 볼치코프는 아버지가 일하는 자동차공장의 직원용 코트에서 테니스를 배웠으며 96년 윔블던 주니어부 챔피언을 차지한 게 그나마 주목할 만한 성적.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투어에는 11차례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상금규모가 적은 챌린저 서킷에서 활동했다. 윔블던에서는 98년 3회전, 99년에는 1회전에서 각각 탈락. 윔블던 3번째 도전인 올해에는 대진운도 좋아 4강까지 시드 배정자는 모두 피할 수 있었다.

그 흔한 스폰서 계약도 하지 못해 대회 체재비조차 힘겹게 마련한 그는 동료에게 빌린 나이키 티셔츠에, 아디다스 반바지를 따로따로 입고 코트에 나설 정도. 잔디코트용 테니스화도 스포츠용품사로부터 지원받아 겨우 챙겼다. 지난해까지 통산상금 17만4733달러를 기록했지만 윔블던 4강행으로 이미 18만달러의 상금을 확보했다. 여행경비나 벌기 위해 나선 그가 여지껏 프로생활을 하면서 번 돈과 맞먹는 금액을 챙긴 것.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주무기로 인조잔디에서 주로 훈련해 와 잔디코트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헝그리 정신 까지 힘을 떨친 덕분.

그런 볼치코프가 4강에서 톱시드의 샘프러스와 맞붙게 됐다. 대회 통산 7번째 우승을 노리는 샘프러스는 8강전에서 차세대 미국 테니스의 기수 젠 마이클 갬빌을 3-1로 제쳤다. 볼치코프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들은 샘프러스는 그에게 하드코트용 신발을 줄 수는 있어도 잔디코트용은 줄 수 없다 고 농담을 했다.

한편 여자복식 준준결승에서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자매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마리안 드 스와트(남아공)조를 2-1로 물리쳤다. 이로써 나브라틸로바는 빌리 진 킹(미국)의 윔블던 개인 최다승 타이기록인 20회 달성에 실패했다.〈김종석기자·윔블던 외신종합〉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