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사자를 깨운 '퇴장사태'

  • 입력 2000년 7월 7일 01시 09분


삼성이 지난달 25일 대전구장에서 김용희감독을 비롯, 계형철 이순철코치가 심판판정에 항의해 퇴장 당한 것은 ‘미필적 고의’였을까, 아닐까.

공교롭게도 당시 3연패에 빠졌던 삼성은 이 사건 뒤 10경기에서 8연승(2무)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승 가운데 4경기가 역전승으로 경기 내용 또한 만족스럽다. 초반 리드를 빼앗겨도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을 보이는 삼성 선수들은 확실히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특히 4일부터 6일까지 대구구장에서 열린 3연전에선 드림리그 공동선두였던 두산을 완전히 압도하며 3경기를 ‘싹쓸이’할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다.

이렇게 달라진 삼성을 두고 항간에선 “삼성이 대전구장에서의 ‘6·25사건’을 역이용, 반전의 계기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무기력한 선수들을 일깨우는 자극제로 코칭스태프가 심판을 ‘화약고’로 삼았다는 것. 일리가 있는 말이다. 프로야구에선 종종 그런 사례가 있어왔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 있다.

이에 대해 김용희감독은 “그런 의도로 일으킨 일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진짜 의도야 어떻든 ‘잠자는 사자를 깨우는 약’이 됐음은 분명하다.

<대구〓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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