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듣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한강 낙동강 두 강이 발원하고 휴전선 이남 백두대간의 모산(母山) 태백이 둥지를 튼 한국의 탯줄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해발 600m의 고원, 상큼한 공기와 높고 푸른 산. 언제 가도 기분이 상쾌하다.
봉화군 석포면을 지난 고개 넘어 찾은 태백시. 해발 570m의 바위구멍(구문소문)을 자동차로 통과하는 초입이 인상적이다. 그 옆 바위를 뚫고 흐르는 물은 바위연못 구문소(沼)로 흘러든다. 억겁의 세월은 물도 바위를 뚫게 한다. 그 앞 이정표를 보자. ‘낙동강 발원지 14.2㎞, 한강발원지 29㎞, 태백산 22.5㎞.’ 예서부터 태백시다.
도립공원 태백산의 ‘정문’은 소도동 당골광장(문곡삼거리→영월방향)이다. 버섯전골 산채비빔밥 등 ‘태백의 맛’을 담아내는 식당(정다운서울집·033―553―5401)과 민박집이 많다. 정상까지는 두시간 정도. ‘검은 황금’ 석탄의 도시인 만큼 태백석탄박물관(당골광장)은 꼭 들러보자. 갱도모형에서 탄광체험도 할 수 있고 ‘연탄세대’의 추억이 깃든 ‘연탄찍기’등 ‘유물’도 많다.
남북간 도로인 31번 국도도 이 구간에서는 동서로 놓였다.
◇태백~영월
태백 영월의 경계는 화방재. 영월로부터 64㎞ 떨어진 고개다. 재너머 상동삼거리는 철거중인 탄광촌 폐가로 을씨년스럽다. 녹전에서 길은 두갈래. 어느 길로 가도 영월이다. 석항삼거리에서 ‘영월 어라연’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동강댐이 예서 멀지 않음을 암시한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아우러져 남한강을 이루는 물의 고장이다.
영월군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어디에나 이런 안내판이 있다.‘단종과 김삿갓의 고장 영월’. 단종애사의 현장은 장릉(단종릉)과 청령포(유배지)다. 물도리동 지형의 청령포는 앞뒤가 물과 산으로 막힌 ‘육지 속의 섬’. ‘천연감옥’이다. 청령포를 오가는 나룻배가 물도리동의 물줄기와 아우러진 풍광은 청령포에 얽힌 슬픈 사연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다.
평창 가는 길에 지나는 문곡삼거리. 여기서 외도를 해보자. 제천방향 38번국도로 진입, 연곡삼거리에서 우회전(주천방향)해 배일재를 넘는다. 길가에 ‘영월책박물관’ 안내판이 서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고서수집가 박대헌씨(47)가 아담한 폐교(여촌초등학교)교사를 빌려 운영하는 특수박물관이다. 전시중인 30∼40년전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빛바랜 추억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곳이다. 연중무휴. www.bookmuseum.co.kr, 033―372―1713
◇평창~속사
평창은 남북간 31번국도와 동서횡단 42번국도(인천∼동해)와 교차하는 십자로 지점. 장평 가는 길에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대화면을 지난다. 나귀 끌고 동이와 함께 휘영청 달빛 밝은 밤길을 걸어 대화장으로 향하던 장돌뱅이 허생원이 10여년 전 봉평 물방앗간에서 성씨 처녀와 맺은 하룻밤 인연을 두런두런 늘어 놓던 바로 그 들판길.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소설속 풍경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내친 김에 이효석의 생가 터와 메밀꽃 마을이 꾸며진 봉평도 들러보자. 장평에서 6번국도(둔내 방향)로 간다. 장평→속사 31번국도는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린다.
◇운두령
해발 1089m. 평창과 홍천 두 군의 경계다. 고개 초입은 속사삼거리. 이승복반공기념관을 지나 오르막에 ‘감자꽃 필 무렵’‘버드하우스’ 등 카페와 ‘선비촌’(시골풍 민박식당) 운두령송어회식당 운두령산장 등이 있다.
◇홍천 인제
구절양장 운두령의 아찔한 고갯길을 내려서면 길은 창촌에서 두갈래. 우회전(북행)하면 양양행 56번국도. 직진(31번국도)해 율전 내면(이상 홍천군)을 지나 고사리고개를 넘으면 인제군 상남면이다. 현리를 거쳐 인제로 가는 이 산길은 래프팅의 천국 내린천을 왼쪽으로 끼고 달린다. 래프팅보트 승선장은 원대교 아래, 하선장은 6㎞ 하류의 송강카누학교(고사리농원 앞·02―3473―1659). 리빙스턴교를 지나 서호교까지 44번국도와 합류한다. 44번국도는 원통을 지나 설악산 한계령을 넘어 양양까지 놓여 있다.
◇양구
양구가는 길에 넘는 광치령(해발 650m)너머. 광치터널(길이 570m) 개통후 한결 넘기 쉬워졌다. 고개 아래는 양구로 가면 삼거리에서 우회전, 중부전선 휴전선을 향해 북진하자. 이제 31번 국도는 동면 월운리에서 비포장길로 바뀐다. 31번 국도여행의 끝이다. 돌아나와 삼거리에서 ‘제4땅굴 해안 원통’방향 이정표를 따라 453번 지방도를 타고 펀치볼(해안면)로 가자. 이곳은 대암산(해발 1304m) 아래 거대한 분지. 한국전쟁 중 미군이 화채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punch bowl)이라 부른 것. 분지로 내려가려면 넘어야 하는 돌산령(해발 995m). 고개마루에서는 펀치볼지형과 아래 해안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는 해안면의 ‘통일부 양구북한관’(033―480―2674)에서 신청서를 접수(오전9시∼오후4시·화요일은 휴무)해야 갈 수 있다. 양구군 관광안내소 033―480―2675
◇양구~서울
귀로에 양구선착장에 들러 쾌룡호(공기부양쾌속선)로 춘천까지 소양호 뱃길여행을 떠나보자. 양구∼춘천(소양댐) 30분 소요. 편도 4400원. 강원흥업 033―242―4833
<글·사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