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는 인간들의 일상이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바다속에서는 작은 해초의 움직임에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78년 승무원으로 입사해 20년 이상을 하늘에서 살아온 대한항공 고윤진(49) 수석사무장. 그는 95년부터 취미생활로 스킨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 바다속을 드나들면서 갖게 된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미국 동부지역에 갈 때는 고도 1만m 이상에서 15시간 가량을 비행하지만 바다속에 머무르는 시간은 깊이 20∼30m에서 불과 15∼20분에 불과하다.
고사무장은 그러나 이름도 잘 모르는 물고기나 해초류와 가졌던 짧은 만남이 오랜 비행시간 동안 기억날 정도로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유럽 알프스 산맥을 넘을 때 비행기 아래로 아스라이 보이는 운치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
그는 "바다속 잠수를 한 다음에는 48시간 이상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한해 한두차례 휴가철에만 바다에 들어가지만 '하늘에서 바다속까지 섭렵'했다는 생각에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바다 잠수 경력은 20여회.
'잠수후 48시간 이내 비행 불가'라는 규정은 잠수후에는 몸속에 질소가 쌓이기 때문. 잠수후 48시간내에 비행에 나서면 질소가 없어지지 않고 몸속에 남아 뼈를 녹인다.
스킨스쿠버의 숙련도에 따라 나뉘는 4단계중 중급(어드밴스트)까지 오른 고사무장은 곧 고급단계(다이브 마스터)에 이르면 '하늘과 바다를 정복한 사나이'가 될 꿈에 부풀어있다. 고급단계부터는 공기통을 두 개 이상 메고 상당시간 물속에서 머물수 있다. 그는 그 때가 되면 한강 바닥이나 바다속 청소 등 환경정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그가 즐겨 찾는 곳은 동해안의 주문진과 울릉도, 제주도 문섬 등.
그는 승무원 4년 후배로 85년 결혼한 부인 정미숙씨와 함께 올해나 내년쯤에는 동남아쪽 바다속을 개척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