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울진 소광리 금강송림…계곡엔 '탁족의 유혹'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3분


한국의 선비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나무. 흔하지만 귀하게 여겼던 나무다. 전국 방방곡곡에 지천이지만 그 중 울진군 서면 소광리 소나무만은 좀 특별하다. 껍질은 얇고 속이 깊으며 뒤틀림도 없고 키도 큰 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토종 소나무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실은 이런 소나무숲을 황장목(黃腸木·임금의 관을 만들 때 쓰던 소나무) 공급지로 지정한 뒤 주변에 황장 봉계표석(封界標石)을 세우고 서민의 출입과 벌채를 일절 금지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작은 빛고을’ 소광리의 소나무 천연림지대다.

불영계곡의 불영사 입구에서 봉화방면으로 8.5㎞를 더가면 작은 물길을 만난다. 이 물길 따라 비포장길(지방도 917번)로 들어서면 광천계곡. 다리 3개를 건너 4.6㎞를 더 가니 12가구가 오순도순 모여사는 소광1리에 닿는다. 계곡 주변에 민박집(소광천상회· 054―782―4526)은 6가구. 방 한칸(4인용 기준)에 2만∼4만원선이다. 여기서 천연림보호지구까지는 10㎞. 우거진 숲길, 가끔은 개울도 건너야 하는 험로다. 그러나 일단 소나무숲에 도달하면 그 싱그러운 나무향과 서늘한 그늘, 그리고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 모든 게 자연스러운 숲의 풍광에 취해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곳곳에 나붙은 ‘숲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미래가 있다.’는 플래카드의 슬로건 의미를 진실로 깨닫게 된다.

이곳 소나무는 조림된 것이 아니라 천연림이다. 금강송 혹은 춘양목으로 알려진 우리 토종 소나무의 원형이다. 그러나 솔잎혹파리나 한겨울 눈, 그리고 활엽수림의 확장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 때문에 산림청은 소나무종자를 직접 뿌리거나 유전자 보존림을 지정, 관리하는 등 토종소나무 천연림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소나무숲 입구에는 조선시대 설치한 ‘황장봉계표석’과 소광리 토종소나무를 잘라 속재와 겉재를 보여주는 야외전시장, 강송관찰림도 있다.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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