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유망선수 인생 가로 막은 대한유도회

  • 입력 2000년 7월 21일 16시 41분


대한유도회의 주먹구구행정이 한 유망한 선수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여자 78kg급 조수희(19·부산정보대)는 지난달 29일 시드니올림픽파견 유도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1위를 한 뒤 세 차례의 평가전 종합 평점에서 라이벌 이소연(용인대)을 제치고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자신의 첫 국제대회 출전무대가 선수로서 최고 목표인 올림픽이었기 때문.

하지만 대표로 발탁된 이후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던 조수희는 10일 자신이 국제유도연맹에서 정한 자격에 미달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국제유도연맹의 자격규정이란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국제대회에 2회 이상 출전한 경험이 없는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 국가간 실력차가 심해 참가자격에 제한을 두기 위해 96애틀랜타올림픽부터 적용해온 것이다. 하지만 대한유도회측은 규정에 대한 명확한 검토 없이 대회를 진행했고 조수희를 최종 선발한 뒤에야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리곤 국제연맹과 아시아연맹에 구제를 요청했지만 “규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결국 78kg급의 대표는 차점자인 이소연으로 교체됐고 조수희는 한순간에 이소연의 훈련 파트너 신세로 전락했다. 조수희의 부모는 “여자가 하기엔 너무나 힘든 유도를 시키면서 전국의 대회란 대회는 모두 따라 다녔고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그동안 온갖 고생을 해왔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대한유도회는 “이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대표선발과정에서 적용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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