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야구드림팀’이 있었다면 마운드는 김인식(두산) 김명성(롯데)이 지키고 중심타선은 거포 김응룡(해태) 강병철(한화)이 이끌지 않았을까.
23일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 제주에선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행사가 열렸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참가한 감독들이 벌이는 ‘추억의 홈런레이스’. 현역을 떠난 지 10년, 많게는 20년 이상 된 감독들의 타격솜씨는 과연 어땠을까.
먼저 0.1t에 달하는 거구에 1루수로 코끼리처럼 공을 넙죽넙죽 잘 받는다고 해서 ‘코끼리’라는 별명이 붙은 김응룡감독(60). 그는 한일은행 시절 60년대에 이어 70년대 초반까지 팀과 국가대표에서 ‘부동의 4번’을 맡은 강타자였다.
경기전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둘러본 김감독은 홈런레이스에서 한차례 좌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7번 아웃될 때까지 한 개의 홈런도 날리지 못했다. 김감독은 “28년만에 방망이를 잡아봤다. 허리 안 다친 것만도 다행”이라며 너털웃음.
투수출신인 김인식 김명성감독이 공을 맞추는 데 급급한데 비해 타자출신 40대감독들이 역시 외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많이 날렸다. 초속 7m의 역바람 속에서도 LG 이광은감독은 왼쪽 담장을 완전히 넘는 최장거리 파울홈런으로 1위를 차지했고 현대 김재박감독은 7차례의 타구를 모조리 외야로 날리는 실력으로 2위.
8개구단 감독들은 행사가 끝난뒤 한결같이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지만 전성기때의 추억이 생각나는 듯 입가엔 미소가 그득했다.
<제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