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랜스 암스트롱 '감동의 파리 입성'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03분


유로2000(유럽축구선수권) 우승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프랑스 파리가 이번엔 사이클 영웅의 입성을 앞두고 도시 전체가 들떠 있다.

주인공은 바로 2000투르드프랑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랜스 암스트롱(28·미국). 지난해 대회 챔피언인 암스트롱은 전체 21구간(3030km)중 20구간을 마친 23일 현재 89시간20분32초의 기록으로 라이벌 얀 울리히(독일)를 6분2초차로 따돌리고 대회 2연패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에펠탑을 출발해 샹젤리제 거리에 이르는 21구간(138km) 마지막 레이스는 1만명의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이 함께 달리며 ‘영웅의 개선’을 환영하는 세레모니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승부는 판가름났다고 할 수 있다.

해마다 23일간에 걸쳐 프랑스 전역을 도는 투르드프랑스는 명실공히 도로 사이클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 전체 21개 구간중 7개 구간이 피레네, 알프스 산맥 등을 넘는 난코스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눈물겨운 투혼은 진한 감동을 준다.

파리가 자국 선수도 아닌 암스트롱의 개선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투르드프랑스가 추구하는 인간승리의 주인공이기 때문.

암스트롱은 96애틀랜타 올림픽 직후 고환암 선고를 받았다. 이미 암세포가 폐와 뇌까지 번져 생존 확률은 단 40%.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병원에 입원한 암스트롱은 이후 고환과 뇌종양을 제거하고 폐에 화학치료를 받는 등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을 해야 했다. 선수로서의 생명은 이미 끝났고 살아나기만 해도 기적일 정도.

그러나 기적은 일어났다. 아울러 죽음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암스트롱은 과거와 달라져 있었다. 몸무게가 9kg이나 빠졌고 머리카락도 듬성듬성해졌지만 성급하고 힘만 앞세우던 옛날과 달리 불굴의 정신력과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갖게 됐다.

페달을 다시 밟은 암스트롱은 마침내 99투르드프랑스에서 노련하고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노란 재킷을 입었다. 그러나 대회 우승을 이국인에게 뺏긴 프랑스 언론은 냉혹했다. 암스트롱의 소변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됐다며 약물 복용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사이클 안장에 바른 스킨크림 때문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때문에 암스트롱은 이번 대회에서 지난해의 기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했고 결국 그것을 해내고야 말았다. 파리 시민이 이번엔 진정으로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암스트롱은 우승의 원동력으로 가족의 사랑을 꼽는다.

“나는 고비때마다 결승선에서 만나게 될 나의 가족을 그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먼훗날 사람들이 나의 승리를 잊을 때도 나의 가족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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