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에티켓]"전화 불친절 해도 너무한다"

  • 입력 2000년 7월 27일 17시 48분


3개월째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선교사 데이비드 올슨(29·미국 유타주 거주)은 최근 한국인 친구가 일하는 S무역회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가 기분이 크게 상했다. 전화벨이 5,6번 울려도 받지 않아 막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장님은 회의중이거든요. 조금 있다 걸어주세요.”

올슨씨는 “전화를 늦게 받은 것에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었고 언제 통화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무시당한 느낌이었다”고 얼굴을 붉혔다. 그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가까운 한국인 친구들이 “뭐 그런 것 갖고 화를 내? 바쁘니까 그랬겠지”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

며칠전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가 곧바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하기 위해 부산 금정구 A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던 일본인 사진작가 미야자키 겐지(宮崎健治·34·후쿠오카 거주)는 “전화를 받은 사람의 불친절 때문에 담당자와 통화하는데 1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처음 전화를 받은 직원이 담당자의 직통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고 전화를 돌렸고 담당자는 받지 않았기 때문. 끊고 다시 걸었지만 직통번호를 물어보기도 전에 그 직원은 ‘잠깐만요’라며 기계적으로 통화를 돌려버렸다.

“직통전화번호만 알려주었으면 시간도 절약하고 원하는 통화를 할 수 있었을 건데”라는 것이 미야자키씨의 안타까움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전화예절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전화벨이 2번 이상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한다거나 전화를 건 사람이 끊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회사원 유모씨(35)는 “특히 경찰서나 관공서에 전화를 걸어보면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보다 일거리를 던져주는 사람처럼 취급되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힐튼호텔에서 직원예절교육을 담당하는 박향란(朴香蘭·29)씨는 “업무의 가장 주요한 영역에 속하는 전화 통화를 다른 업무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며 “전화예절은 생활예절에 속하는 것이라 사회에 나오기 전 학교 교육을 통해 배웠어야할 사회인의 기본자세”라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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