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홈런치고 욕먹은 양준혁

  • 입력 2000년 7월 28일 09시 49분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이 막을 내렸다.

송지만(한화)이 미스터 올스터에 등극,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지만 화제의 인물은 따로 있었다. 홈런을 치고도 욕을 먹은 양준혁(LG)과 송지만을 MVP에 등극하도록 밀어주고 고의 폭투의 혐의까지 남긴 구대성(한화).

둘의 이야기를 3회에 걸쳐 해보자.

1.홈런 치고 욕먹은 양준혁

연장 10회말, 1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려냈다. 보통 경기였으면 홈런타자는 영웅이 될법도 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동료들에게도 비난을 받는 역적이 되버렸다.

지난 21일 마산에서 열린 삼성 에프엔닷컴 프로야구 올스타 1차전에서 양준혁(31·LG)이 꼭 그랬다.

매직리그 4번타자로 나선 양준혁은 5-6으로 뒤진 10회말 2사후에 최장의 마무리 진필중(두산)을 상대로 중월 솔로홈런을 뿜어냈다.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식후 행사를 준비하던 한국야구위원회 직원들이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하다.

짐쌀 준비를 하던 동료들도 멋쩍은 웃음을 짓는 양준혁에게 그래도 박수를 보내줬다.

하지만 이 홈런 한방때문에 승부는 연장 15회까지 늘어졌다.

4시간에 걸친 사투의 원인을 양준혁이 제공한 셈이다.

동료들의 눈초리가 슬슬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노골적으로 “그럴때 홈런을 치면 어떡하냐”고 양준혁을 나무랐다. KBO 관계자들도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안절부절 못했고, 마감시간이 다가오면서 언론사 관계자들도 양준혁을 원흉(?)으로 몰기 시작했다.

극적인 홈런을 때려내고도 양준혁 때문에 경기가 늦게 끝났다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은 것이다.

양준혁은 “태어나서 홈런치고 욕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자신이 지은 죄(?)를 잘 아는 탓인지 쑥쓰러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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