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종합]뇌성마비 장애인, 출전경기 없어져 절망

  • 입력 2000년 7월 31일 09시 58분


박세호씨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니 12년동안 키워온 꿈을 돌려주십시오"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유일한 희망으로 간직하고 12년동안 구슬땀을 흘린 뇌성마비 1급장애인이 이번 시드니대회마저 나갈 수 없게 되자 절규하고 있다.

더구나 2개의 세계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기량은 출중하지만 해당 종목이 없어지는 등 `불행'이 겹치면서 3번 연속 좌절하자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포환던지기와 곤봉던지기에서 우승, 2관왕에 올랐던 박세호(30)씨.

태어날 때부터 양 다리와 왼팔은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오른팔만 힘겹게 사용할수 있었던 뇌성마비 1급장애인 박씨는 최근 장애인복지진흥회로부터 이번 시드니올림픽 대표명단에서도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모두 8명의 대표를 출전시키는 데 3개종목에 출전가능한 선수를 우선하다보니 한 종목에만 출전자격이 있는 박씨를 제외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성민(7)에게 금메달을 따는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했던 4년이, 아니 12년이 야속하기만 했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르면서 삶의 희망을 찾은 박씨는 92년 올림픽에대비, 모교인 혜남학교(부산시 남구 대연동)에서 연습에 매진했으나 막상 올림픽 직전 종목이 폐지돼 헛수고만 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손발이 돼 주었던 어머니가 이듬해 세상을 떠나자 박씨의 절망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94년 이상미(32)씨와 결혼, 마음을 다잡은 박씨는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두 종목을 석권했고 95년에는 세계기록 보유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9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으나 박씨는 또 자신이 참가할 종목이 열리지 않아 4년 뒤로 꿈을 접었다.

`제발 경기만 열리게 해 달라'고 빌면서 다시 포환과 곤봉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났다.

곤봉던지기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한 국가에서 8명 이하만 출전할 수있다'는 규정이 새로 생기는 바람에 12년 동안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됐다.

박씨는 "나같은 중증장애인에게 4년이라는 시간은 생과 사를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이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박성제 연합뉴스기자 sungje@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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