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신제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클럽을 바꾼다. 그래서 집에 자신의 클럽을 수북이 진열해 두고 있는 골퍼들이 있다. 특히 드라이버의 경우는 박물관 수준의 양과 종류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새 클럽을 사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클럽의 성능이 골프를 하는데 있어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요인은 아니다. 기능이 보강된 신제품으로 바꿔서 스코어가 수십점 향상된다면 얼마든지 클럽을 바꿀 가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 클럽은 이런 행운을 잘 가져다주지 않는다.
클럽을 바꿀 때 찾아오는 마음의 안도감이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은 잠깐 동안 생겼다 이내 없어져 버린다. 새 클럽이 손에 맞지 않으면 더 큰일이다. 프로골퍼인 홀 서튼은 클럽을 바꿔서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수영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키판이라고 하는 물에 뜨는 판에 의존한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됐다고 생각해 키판을 떼면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 의존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수영코치가 수영장에서 신는 슬리퍼를 주고 수영하게 하면 아이들은 다시 수영장을 누비고 다닌다. 슬리퍼가 자기의 몸을 물에 뜨게 해주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초보자는 새 클럽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골프를 잘 알수록 클럽을 가리지 않게 된다.
김성재/중앙대 강사 goodgolf@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