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드라이브 인 제주]렌터카에 꿈과 낭만을 싣고…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40분


《섬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멀다해도 자동차로 7시간이면 어디든 닿을 수 있는 한반도 땅. 그래서 휴가나 여행길에 자동차는 가장 애용되는 교통수단이다. 어지간히 큰 섬도 연륙교 덕분에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한반도 최대의 섬, 최고의 관광지 제주도만큼은 내 차 여행이 어려운 곳. 그래서 발달한 것이 렌터카 여행이다. 아직 렌터카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한 경우다. 최근 붐을 이루는 제주도 렌터카여행. 어떻게 해야 경제적이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한림공원 협제해수욕장 산굼부리 비자림…. 제주도 내 관광지에 주차된 승용차의 번호판을 보자. 렌터카임을 나타내는 ‘허’자 일색이다. 현재 도내 등록된 렌터카업체는 31개. 모두 4000여대가 운행 중이다. 그러나 성수기인 요즘 렌터카는 거의 동난 상태.

3, 4년 전만 해도 제주도 여행의 기본 패턴은 관광택시 대절 아니면 단체 버스투어. 요즘은 아니다. 개별여행자 (FIT)가 늘며 렌터카 여행이 인기다. 비용(하루 8만원 이상)이 택시대여료(7만원)보다 비싼데도 그렇다. 렌터카 바람에 덩달아 ‘뜬’ 곳은 호젓한 바닷가나 숲 근처 등 전원의 펜션(별장형 고급민박). 교통불편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이 렌터카 바람에 연일 상한가에 오른다.

‘렌터카+펜션.’ 이 새로운 여행 패션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허니문시장이다. 신세대 신혼부부가 주역이다. ‘자동차+별장’의 찰떡궁합이 확인된 후 렌터카여행은 제주도여행의 새 트렌드가 됐다. 7월에 ‘연료 무제한 무료공급’ ‘펜션과 민박 알선’‘펑크타이어 교체 고갈연료무료보충’ 등 파격적인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파괴형 패키지(대장정LPG렌터카)가 선뵌 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느는 추세. 대장정LPG렌터카의 손태원 사장은 “8월10일까지 109대 차량의 대여예약이 이미 10일 전 완료됐다”면서 “개성파 신세대의 등장, 다양한 동서와 남북간 섬 횡종단도로, 매력 만점의 해안드라이브코스, 잘 정비된 도로안내판이 제주도 렌터카여행의 급부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가격파괴 렌터카

대장정LPG렌터카(064―724―8600)에서는 연료(LPG) 무제한 무료공급, 렌터카대여료 20% 할인(레간자 2000㏄ 오토 24시간 기준시 8만7500원→7만원), 민박 알선, 미국자동차협회(AAA)의 딜럭스급 서비스(잠긴 문 열기, 펑크타이어 교체, 무료견인, 시동장애 해결, 고갈LPG 무료보충 등)를 제공한다. 15일부터는 이 서비스에다 차량대여기간 펜션하우스(푸른지붕 카라비안) 객실과 자전거(대여)까지 무료제공하는 ‘알뜰패키지’(레간자 2000㏄ 오토 새 차)를 판매한다. 가격은 △1박2일 15만7000원 △2박3일 24만4000원.

◇운전시 주의사항

제주도에서는 주변 풍광에 도취돼 과속하기 쉽다. 안전운전의 왕도는 제한속도를 잘 지키는 것. 4차로는 시속80㎞, 2차로는 시속60㎞, 마을길은 시속50㎞이다. 무인속도측정기가 곳곳(고정식 13대, 이동식 6대)에 설치돼 있다. 도깨비도로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지형이 많으므로 주의.

◇드라이브 정보

일주순환도로는 2개가 있다. 해안 쪽은 12번국도, 내륙 쪽은 16번국도. 남북종단도로는 모두 5개. 서부산업도로(95번국도·중문∼제주)는 서부의 평지를, 동부산업도로(97번국도·서귀포∼제주)는 동부의 목장지대를 지난다. 중문 서귀포와 제주시를 오가기에 가장 편한 도로다. 한라산을 넘는 도로는 1100도로(99번국도·중문∼제주)와 516도로(11번국도·서귀포∼제주)가 있다. 지도상 거리는 짧아 보이나 산을 넘기 때문에 험하므로 가급적 피하도록. 특히 야간운전은 피하자. 남조로(1118번 지방도·남원↔조천)는 경사가 급하지 않고 주변 경관이 좋은 도로. 중산간을 지나는 횡단도로는 2개. 1117번 지방도는 한라산 북쪽의 목장지대에서 한가로이 말이 풀 뜯는 광경이 펼쳐지는 도로, 1112번 지방도는 무리진 한라산 동부의 오름을 보면서 달릴 수 있는 도로다.

<글사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드라이브 코스 5

①용두암 하귀 애월 서북해안코스〓분위기 좋은 카페촌과 포장마차촌, 아담한 포구와 수수한 어촌계의 해녀횟집이 군데군데 들어선 로맨틱한 해안드라이브코스. 낙조와 밤바다 어화(漁火)감상에 좋다. 때문에 야밤에 자동차데이트족이 많이 찾는다. 자전거도로(신사수마을∼도두삼거리), 용두암∼이호해수욕장(5㎞), 하귀∼애월구간(10㎞)은 미국 캘리포니아해안도로을 연상케 할만큼 아름답다.

②수월봉 송악산 산방산 해안코스〓산 바다 섬과 해안평원 등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시작점은 바람 센 차귀도 앞 자구내포구. 수월봉의 해안절벽 엉알과 고산평야 대정들녘 해안가를 차례로 지난다. 모슬포항 동남쪽의 송악산∼사계리 구간은 최남단 국도(12번). 산방산과 형제섬, 가파도와 마라도가 조망된다.

③한라산 중산간의 산록도로코스〓해발 400∼700m의 중산간지대를 지난다. 한라산 서부평지를 지나 말이 떼지어 풀을 뜯는 북부 고원목장지대의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적. 관음사앞에는 착시현상으로 오르막 내리막이 구별 안되는 ‘도깨비도로’도 있다.

④남원큰엉∼성산일출봉 해안코스〓큰 엉(큰 바위)은 높이 20m의 절벽해안. 절벽가의 산책로(2㎞)는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신영영화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보름달 밤에 달빛 아래서 밤바다의 어화를 바라보며 들이켜는 술 한잔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세화2리∼표선(5㎞)에는 횟집촌과 제주민속촌, 신산리∼성산일출봉에는 섭지코지가 있다.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이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게 보이는 바위곶.

⑤한라산동부 오름과 우도해안코스〓총 368개에 달하는 오름(기생화산)은 지구상 어떤 화산지대에서도 찾기 힘든 독특한 지형. 오름 밀집지대를 통과하며 두루 살펴 볼 수 있는 코스다. 개월오름∼세화해수욕장에는 운치있는 삼나무숲길과 산굼부리, 비자림이 있다. 산굼부리는 원자폭탄에 패인 듯한 깊은 분화구지형. 종달리해안도로(하도리∼오조리∼성산일출봉)에서는 우도팔경 중 하나를 볼 수 있는 풍치있는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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