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부상의 장기화로 시드니행 티켓을 포기하고 은퇴를 결심한 태권도 남자 헤비급의 ‘슈퍼스타’ 김제경(31·에스원)이 ‘백의 종군’을 선언했다.
김제경은 3일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돼 태릉선수촌을 떠나야 하지만 계속 잔류해 후배들의 훈련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 3연패와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아시아경기 2연패 등 태권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고 싶다는 것.
최정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김제경이 세계무대를 주름잡으며 강호들을 많이 상대해봐 그 공략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후배들에게 그 전술을 모두 전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승낙했다”고 그의 ‘뜻 깊은’ 결정을 환영했다. 사실 헤비급은 ‘태권도의 꽃’. 어느 종목에서나 헤비급을 석권해야만 진정한 강국으로 꼽힌다. 헤비급 금메달로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대한태권도협회도 김제경의 출전 포기로 고민에 빠져 있었으나 그의 결정에 다소 안도하는 눈치.
김제경은 “먼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어 기쁘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후배들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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