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中경보선수 "조국이여,족쇄 풀어주오"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47분


”조국이여, 족쇄를 풀어 다오.”

92바르셀로나올림픽 육상 여자 10km경보에서 중국 국기를 달고 우승했던 첸유에링(미국)의 모국을 향한 애타는 호소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첸유에링은 지난달 열린 시드니올림픽 미국육상대표선발전 20km경보에서 2위로 골인하며 올림픽대표로 선발됐을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올 4월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데 이어 올림픽 출전전까지 얻는 등 미국 정착계획은 자신도 놀랄 만큼 너무나 순조로웠기 때문.

하지만 시드니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꿈에 젖어 있던 첸유에링은 최근 중국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출전에 필수적인 이적동의서 발급을 거부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국적을 바꾼 선수가 새 국적 취득 뒤 3년 이내에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전 소속 국가의 이적동의서를 반드시 받도록 규정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이 족쇄였다.

중국측은 ‘내부적 문제’라는 명목으로 거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첸유에링이 출전할 경우 자국의 메달 유망종목 중 하나인 20km경보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근 쿠바도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뒤 카누―카약종목에서 미국대표에 선발된 엔젤 페레즈의 이적동의서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중국이 끝내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한 첸유에링은 “92년에는 중국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쳤다”며 “마지막이 될 내 올림픽 꿈을 조국이 짓밟지 말아 달라”고 공개적인 읍소작전을 펼치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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