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대표팀 플레이메이커 3인방인 고종수(22·수원 삼성)와 박강조(20·성남 일화),이천수(19·고려대).
9월 시드니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여야 할 이들이 ‘개성파 축구’로 최후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숙소에서는 누구보다 친한 선후배 사이지만 그라운드에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
7일 입촌한 태릉선수촌에서는 물론 올들어 대표팀 소집때마다 고종수와 한 방을 쓰고 있는 이천수는 당초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일소했다.
“종수형이 소문난 것과 달리 진지하고 재미있다. 몸관리 등 선수로서의 기본 자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아 배우는 것도 많다”는 게 그의 주장.
이천수는 그러나 “종수형이나 강조형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패스 위주로 비슷하지만 나는 공간 침투후 골을 결정짓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영표와 한방을 쓰고 있는 박강조도 이들 두 라이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볼을 기다리는 고종수와 달리 자신은 스스로 찬스를 만들 수 있다며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휘젓는다. 박강조는 특히 프리킥 및 코너킥 찬스때마다 이천수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왼쪽은 어차피 ‘왼발잡이’ 고종수 전담이지만 오른쪽에서 난 찬스는 이천수의 ‘전매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머리 염색을 빼고 말쑥한 모습으로 9일 뒤늦게 입촌한 고종수는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자신의 자리를 치고 올라온 후배들의 도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방지축으로 비쳐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팀의 중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듯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부상에서도 거의 회복돼 몸놀림도 가볍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적자 생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명성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선수를 주전으로 발탁한다는 방침.‘지고는 못사는’성격의 세 선수가 벌이는 물밑 경쟁도 더불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