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갈색머리를 휘날리며 다이아몬드를 누볐던 세계 유일의 여성 프로야구선수 일라 보더스(25·시온 파이오니어즈)가 네 시즌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비록 패전투수는 아니지만 4일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페더리버 머드캣전에서 5안타 3실점하며 팀의 6―10 패배의 책임을 진 보더스는 경기후 “대학때 전공인 광고와 교사 일을 위해 팀을 떠나겠다”며 은퇴의사를 밝혔다.
97년 6월1일 세인트폴 세인츠에서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던 보더스는 “나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마운드를 내려올 때마다 팬들이 보내준 기립박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시즌 5경기에 중간계투로 등판, 8과 3분의2이닝을 던져 승패없이 평균자책 9.35를 기록한 보더스는 투구내용만 놓고 볼 땐 그저 그런 선수. 17안타를 맞고 10실점(9자책)했고 볼넷 2개와 탈삼진 2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감독 마이크 리틀우드는 “보더는 다른 기준에서 비교돼야 한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용기있는 사람중 하나”라며 “그녀는 직구가 115㎞, 커브가 95㎞로 남자선수에 비해 30㎞ 정도 뒤쳐졌지만 어떻게 공을 던져야 효과적인지를 아는 선수였다”며 치켜세웠다.
1m78에 59㎏의 날씬한 체격인 보더스는 슈피리어 듀크스 시절인 98년 평균자책 1.97의 뛰어난 시즌 성적과 함께 프로 첫 승을 거뒀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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