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D-30/태릉선수촌]"땀 한말에 금 하나 1분이 아쉽다"

  • 입력 2000년 8월 14일 18시 28분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아침 체조를 위해 태릉선수촌 대운동장에 나온 여자 양궁스타 김수녕은 14일 오전부터 선수촌으로 몰려든 대규모의 신문 방송 취재진을 보며 놀란 ‘토끼눈’을 하고 물었다.

'태릉선수촌은 쉬지 않는다'

한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제27회 시드니올림픽. 한국을 대표하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시간감각마저 잃어버린 채 오직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하긴 날짜를 생각할 정도의 여유가 그들에겐 없다. 벌써 몇 개월째 전지훈련장과 선수촌을 오가며 빡빡한 훈련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 선수들에겐 취미생활이나 오락시간은 ‘사치’일 뿐이다. 노래방 게임방 당구장 등이 있는 선수회관은 손님 잃은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해가 저물어도 야간훈련과 비디오 분석, 마인드컨트롤 일정이 기다린다. “선수촌에선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다”는 선수들의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엔 언제나 뚜렷한 목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전세계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뜨거운 여름 매일 한 바가지씩 흘렸던 땀방울의 대가가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현재 선수촌엔 육상 핸드볼 배구 등 촌외훈련과 전지훈련 중인 팀들을 제외하고 17개종목 200여명의 선수들이 막바지 트레이닝에 한창이다. 기술과 체력을 다듬는 시간은 이미 지났고 반복 연습과 정신력 가다듬기가 포인트.

방대두 레슬링감독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첫째가 정신력 무장이고 두 번째가 부상 방지”라고 말한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지옥훈련’이라고 불리는 ‘슈퍼 서킷 트레이닝’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슈퍼 서킷 트레이닝’은 올림픽 3개월 전부터 실시되는 훈련.

훈련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차례에 걸쳐 오전 10시부터 1시간. 하지만 이 1시간이 선수들에겐 ‘지옥에서의 10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훈련강도가 상상을 불허한다. ‘슈퍼 서킷 트레이닝’은 각 종목 100여명의 선수가 동시에 월계관에 비치된 95가지 의 서킷 트레이닝 기구를 순회하는 훈련. 한 기구를 30초 동안 전력 트레이닝한 뒤 음악이 꺼지면 5초 안에 다른 기구에 달려들어 또다시 온 힘을 쏟아붓는다.

김준성 지도위원 등 5명의 지도자와 각 종목 코칭스태프가 인정사정 없이 몰아치기 때문에 ‘농땡이’는 생각조차 못한다. 14일 이 훈련에서도 유도의 장성호 등 많은 선수들이 탈진상태에 빠져 마룻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장창선 선수촌장은 “과정은 어렵지만 열매는 달다”고 했다. 선수회관에 걸린 문구처럼 ‘나의 명예, 조국의 영광을 위해’ 그들은 뛰고 또 뛰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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