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검도에 빠진 김영곤 사무관

김영곤(왼쪽) 김일순씨 부부

'상대의 칼끝이 나를 노린다.'

아셈(ASEM)준비기획단 홍보미디어팀 김영곤사무관(34)은 늘 이런 긴장감속에 아침을 맞는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가 불과 두달앞으로 다가오며 느슨한 일처리는 용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 한번의 실수가 국가의 위신추락으로 이어질수도 있기 때문.그래서 '백척간두(百尺竿頭)'란 고사성어를 항상 염두에 두는 지도 모른다. 항상 긴장감을 유지한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거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그에게 일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휼륭한 촉매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검도다.아침 일찍 서울 양재동에 있는 검도장 '진검관'을 찾아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정도로 죽도를 휘두르고 나면 머릿속의 잡념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김씨가 검도를 처음 접한 것은 15년전인 1985년.대학(서울대) 입학후 우연히 검도부 신입부원 모집공고를 보고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유혹에 끌려 검도부에 가입했다.하지만 첫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1년여 동아리방을 들락거리며 검(劍)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만 김씨가 검도에만 신경을 쏟기에는 다른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김씨가 다시 검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뒤 연수원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항상 바쁘기만 하던 김씨의 생활도 그때서야 여유가 생기며 첫 사랑의 추억처럼 가슴속 한켠에 묻어뒀던 검도에의 열병이 새록새록 싹트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검도에 빠져들었다.1년만에 초단을 딴 김씨는 당시 열애중이던 김일순씨(30)도 검도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96년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검도는 또 김씨의 고달픈 미국 유학생활중에도 휼륭한 동반자가 됐다.97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로 유학을 간 김씨는 대학 검도부원들과 어울려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미국중서부검도대회 단체전에서 인디애나주립대가 3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업무에 쫓겨 검도장을 찾는게 쉽지 않다는 김씨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상대를 주시해야 하는 검도의 특성상 판단력이 좋아지고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검도 예찬론을 폈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 둘째아이를 출산한 부인 김씨는 "산후회복기 운동으로 남편과 함께 검도장을 찾아 두달만에 14kg을 빼는데 성공했다"며 "검도가 여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