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2년간 ‘적과의 동침’을 끝낸 그는 지난해 현대로 팀을 옮겼지만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올해도 그는 재기를 위한 발버둥을 쳤지만 6월까지만 해도 드림팀Ⅲ의 일원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밋밋했고 직구의 공 끝은 힘이 실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2개월 사이에 그의 투구는 전성기때의 모습을 되찾았고 어느새 다승왕마저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임선동은 휘문고와 연세대를 다닐 때만 해도 최고의 투수였다. 당시 그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동기생들이 이후 해외프로야구에서 무풍가도를 질주할 때 그가 받았던 충격과 절망감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4년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올겨울 천문학적인 액수의 장기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일본에 진출한 조성민은 톱스타 최진실과의 약혼으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임선동이 갖은 시련을 다 극복하고 국가대표 투수로 거듭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 아닐까. 다듬어진 허리와 하체로 공을 놓는 지점이 좋아지면서 낮게 깔리는 강속구를 다시 던지고 귀 가까이까지 올라가는 그의 오른 팔은 슬라이더의 진수를 맘껏 보여주고 있다. 임선동이 올해 다승왕까지 된다면 그는 프로야구 사상 가장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선수가 될 게 분명하다.
(야구해설가) koufax@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