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악바리' 이형택 첫 US오픈 2회전 진출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3분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 이형택(24·삼성증권·사진).

그는 평소 맥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는다. 외국투어나 지방대회 출전 때도 늘 가방 안에 3kg짜리 아령을 넣고 다니며 틈틈이 체력 훈련을 한다.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룰 때까진 한치도 흐트러질 수 없다는 악바리 정신에 소속팀 주원홍 감독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그가 마침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US오픈(총상금 150만달러) 2회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형택(세계랭킹 182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1회전에서 현재 미국 올림픽대표 선수로 한때 세계 42위까지 기록했던 제프 타랑고(32·세계 78위)를 맞아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3-1(6―3, 3―6, 6―3, 7―6<8―6>)로 완승했다.

<관련기사>이형택 프로필
      이형택 2회전 상대 스퀼라리

US오픈은 프랑스, 호주, 윔블던오픈과 더불어 세계 최고 권위의 4대 메이저대회 중 시즌 피날레를 장식하는 대회. 한국 남자테니스는 88년 김봉수가 호주오픈에서, 98년 윤용일이 US오픈에서 본선 1회전에 오른 적은 있으나 메이저대회 2회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는 81년 이덕희가 US오픈 16강까지 오른 적이 있고 박성희(삼성증권)가 96, 97년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2회전까지 올랐다.

3년 연속 US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것이 부담스러웠을까.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를 능가하는 불같은 성격의 왼손잡이 타랑고는 이날 평소와 달리 주무기인 서브앤발리를 앞세워 유난히 침착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상대의 약점을 간파한 이형택은 주특기인 좌우 패싱샷을 앞세워 상대의 네트플레이를 무력화시키며 첫 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이형택은 타랑고의 노련미에 밀려 두 번째 세트를 잃었으나 이후 힘이 넘치면서도 정교한 베이스라인 스트로크로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형택은 2회전에서 올 시즌 프랑스오픈 4강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던 세계랭킹 13위 프랑코 스퀼라리(24·아르헨티나)와 3회전 진출을 다툰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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