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속의 해외여행'…신촌등 '외국체험' 공간 많아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08분


▲정열적인 분위기의 라틴댄스클럽 '마콘도'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살사춤을 추고 있다.
▲정열적인 분위기의 라틴댄스클럽 '마콘도'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살사춤을 추고 있다.
‘서울 안에서도 외국여행을 할 수 있다.’ 많은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외국의 독특한 문화를 마음껏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먼 길을 떠나는 게 귀찮은 사람이라도 서울에서 얼마든지 외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가 있다.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향수(鄕愁)를 달래기 위해 만든 그들만의 공간을 찾아가 보거나, 특정 국가의 문화에 탐닉하는 한국인들이 만든 이색 공간을 방문하면 외국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틴음악과 함께 춤을…◇

남미의 정열이 뜨겁게 넘쳐흐르는 라틴클럽 ‘마콘도’.

이 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낯선 남미 어느 도시의 조그만 클럽에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독특한 남미식 인테리어에 갈색의 이방인들이 쏟아내는 스페인어. 서서히 귓가를 맴돌다 어느덧 온몸을 휘감아 버리는 열정적인 라틴 댄스음악. 이쯤 되면 아리따운 한국인 여종업원의 인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하지만 머뭇거림도 잠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이방인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가 음악에 몸을 맡겨 서투른 살사댄스라도 추고 나면 어느새 클럽의 분위기에 흠뻑 빠지고 만다.

“이 곳의 매력은 단순히 라틴음악을 듣고 춤추는 것만이 아니에요. 낯선 이들과의 편안한 만남 속에서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아요.”(대학생 최선아·23)

15평 남짓한 이 곳은 주말이면 40여명의 남미인과 남미교포2세들로 가득 찬다. 친근한 고향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마콘도가 남미인 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엔 라틴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곳을 찾는 내국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국내 대학생 라틴댄스 동호회가 살사나 메렝게(살사보다 빠른 템포의 라틴춤)파티를 열기도 한다.

마콘도 주변에는 국내 라틴동호회들이 자주 찾는 댄스클럽이 두 곳 더 있다. 사보르라티노, 바히아.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클럽이지만 분위기는 마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화 가요 등 일본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일본카페 '가케하시'

◇日 최신문화 뭐든 있어요◇

서울 신촌에 있는 일본카페 ‘가케하시(架橋)’. 이 곳에 있는 만화 잡지 신문 소설 음악은 모두 ‘메이드인 저팬’이다. 종업원까지 한국말을 쓰지 않는 일본인. 물론 메뉴판도 일본어로 돼 있다. 그래서 이 곳은 일본인 천국이다.

매일 인근 연세대와 서강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젊은 일본인들로 북적댄다. 1주일에 한두 번 이 곳을 찾는다는 마에다(26)는 “일본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이 곳의 ‘명성’을 전해들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국내 거주 일본인들은 잡지나 만화를 보거나 일본의 최신 유행 음악을 즐기고 관광객들은 한국인 친구를 만난다. 일본에 관심 있는 한국인들도 많이 오기 때문이다.

오사카에서 재일교포가 다니는 중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인 가메다 도시유키(45)는 이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 한국말도 배우고 서울안내도 받고 있다. 손님 중 절반은 한국인. 일본 캐릭터와 만화에 관심 있는 중고교생이나 대중가요와 영화에 탐닉하고 있는 대학생이라면 ‘실속’을 챙기기에 최고이기 때문이다. 4000원 안팎의 차 한 잔이면 최신 일본문화도 즐기고 서투른 일본어도 테스트 받아 볼 수 있다.

신촌에는 가케하시 이외에도 일본식 된장라면과 간장라면 등을 맛볼 수 있는 ‘칸사이’,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 일본식 돈가스와 우동을 파는 ‘나니와’ 등이 있다.

◀미국식 팝클럽 '솔스클럽'에서는 특색있는 맥주를 마시며 포켓볼도 즐길 수 있다.

◇미국인 친구와 맥주 한잔!◇

맥주병을 들고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거나 스스럼없이옆사람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 바로 미국식 팝클럽.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솔스클럽’은 이런 미국식 팝클럽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 그래서 ‘홈타운’을 그리워하는 미국인들로 늘 북적댄다.

외국어강사나 대학교수, 주한 미군 등 친구나 가벼운 말상대가 필요한 사람들도 이 곳을 찾는다.

간혹 멋모르고 들어왔다 낯선 분위기에 놀라 뒷걸음질치는 한국인들도 있지만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하와유(How are you?)’ 한 마디만 하면 외국인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켓볼 고수들과 자웅을 겨뤄볼 수도 있고, 국제정세나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비용부담도 적다. 국내에서는 구경해 보지 못한 병맥주 한 병을 안주 없이 3000원에 마실 수 있고 1만원 안팎이면 미국식 스테이크나 클럽 샌드위치도 맛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게코’와 ‘리클비’도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팝클럽이다.

◀태국의 전통향료로 요리한 생선요리와 전채요리.

◇유럽-동남아음식 '군침 절로'◇

‘쇠고기 안심 퐁듀, 인도식 카레, 통오리 구이, 양갈비 구이….’

관광특구 이태원에는 각국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요리에서부터 독특한 향이 나는 인도, 파키스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음식까지 다양하다.

이들 식당에는 물론 외국인이 많이 몰리지만 특색 있는 외국음식을 즐기려는 한국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유럽계 식당의 경우 한국인 손님의 비율이 70% 정도지만, 동남아계 식당은 해당국가 손님들이 더 많다. 이들 식당에서 아무 음식이나 주문하면 입맛에 맞지 않아 낭패를 볼 수도 있으므로 주문 전 종업원이나 지배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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