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역)직전 다섯 역이 놓여 있는 전남 무안군. 바다로는 신안군, 뭍으로는 영광 함평 영암군과 나주 목포시로 둘러싸인 네모난 반도다. 기세 좋게 달려온 노령산맥이 세를 누그러뜨리며 바다로 잦아드는 바람에 해안선은 출입이 복잡하고 그 앞은 다도해를 이룬다. 9월 1∼4일 ‘연꽃축제’가 펼쳐지는 무안군으로 안내한다.》
◇애연설(愛蓮設)
주돈이(1017~1073년)*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내가 연꽃을 사랑하는 것은 진흙속에서 낳지만 더러움이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가 곧고 덩굴지지도 않고 가지도 치지 않기 때문이다.
꽃향기는 멀어질수록 맑아지며 우뚝선 깨끗한 모습은 멀리서 바라볼 뿐 가까이서는 볼 수 없으니 연꽃은 꽃 중의 군자다.》
지도에서 서해안을 보자. 남으로 태안 변산 두 반도를 지나 조기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칠산 앞바다(영광)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들고 남이 얌전하던 해안선은 무안반도에 이르러서 톱날처럼 격렬해진다. 어디가 섬인지 어디가 뭍인지를 알려면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살펴야 할 정도다. 자기분열로 증식 중인 세포처럼 그 땅은 바다를 향해 이리 삐죽, 저리 삐죽 무차별적으로 돌출하는 역동성이 있다.
자동차를 달려 무안군의 해안을 향했다. 현경면 홀통 가는 길에는 왼편도 오른편도 바다다. 갯벌을 두동강낸 자그만 방조제길로 이어진 송현리 조금나루 해변. 물이 차니 섬(연육도)이다. 산이 언덕되어 물가로 잦아드는 지형으로 무안의 해안은 낮은 구릉의 연속이다. 갯벌의 무채색과 구릉을 뒤덮은 밭벼의 초록빛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언덕 너머 풍력발전기의 흰 바람개비까지 가세하니 풍경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북두칠성이 서울보다 열배는 더 선명하게 보이는 홀통 포구의 밤하늘. 밤 개펄에서는 어민의 낙지 잡는 삽질이 부산하다.
무안역을 지난 호남선 남행열차가 닿은 곳은 일로역. 일로읍에는 국내에서, 아니 세계에서 백련(하얀색 연꽃) 피는 연못으로는 가장 크다는 ‘회산백련지’가 있다. 둘레가 3㎞, 면적은 10만평. 커다란 초록 연잎으로 뒤덮인 거대한 저수지의 풍경은 연잎과 연꽃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 도시에서 온 여행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다. 그런데 물에서 삐죽 솟은 길쭉한 꽃대 끝에서 커다란 꽃을 활짝 피운 연꽃, 건드리면 터질 듯한 예쁜 꽃봉오리에 탄성도 절로 난다.
마야부인이 석가를 낳을 때 주위에 오색연꽃이 피었고 그래서 석가는 연꽃 한가운데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불가에서 특히 귀하게 여겨지는 연꽃. 28일에는 먹물옷의 스님도 서너분 찾아와 연꽃 핀 연못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법정(法頂)스님도 한 수필에서 “한 여름 더위속에 회산백련지를 찾아 왕복 2000리길을 다녀왔다. 아,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어째서 이런 세계 제일의 연지가 지금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까닭을 알 수 없다. 마치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꼈다”고 적었다.
연꽃을 보러 갈 때 이 몇가지는 알고 가자. 일시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홍련과 달리 백련은 6∼10월 두서없이 꽃을 피우므로 꽃바구니처럼 한꺼번에 꽃이 만발한 풍경은 기대하지 말고 한낮에는 생기발랄한 연잎에 꽃이 가리니 꽃과 향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좋다는 것.
진흙속에서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 그 연꽃의 성정을 배우는 무안 회산백련지로의 여행은 그래서 뜻도 있다.
◇축제문의
무안군청 061―450―5226 www.muan.chonnam.kr
◇찾아가기
△도로(364㎞)/서울∼광주(호남고속도로)∼나주∼함평∼무안(1번국도). 4시간반 소요, 고속버스(서울↔무안) 1일 3회 운행 △철도/호남선(서울↔무안) 1일 9회 운행 △항공/김포↔목포 1일 4회운항.
◇패키지여행
승우여행사(02―720―8311)는 무박2일 일정으로 9월 1,2일 두차례 출발(서울 오후 11시)한다. 무안∼회산백련지(새벽 연꽃감상)∼항공우주전시관∼조금나루해변(기절낙지)∼나주 불갑사. 5만5000원(어린이 4만5000원). 낙지비빔밥 매운탕 식사 제공.
<무안〓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졸깃한 세발낙지 담백한 짚불구이 "군침 절로"
남도 여행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음식.
◀송현횟집의 기절낙지 상차림 |
◇낙지
‘봄 조개, 가을 낙지’. ‘때가 되면 제 구실을 한다’는 뜻의 이 말에 등장하듯 낙지는 역시 가을에 제 맛이다.
무안낙지의 명소는 읍내 버스터미널 앞의 ‘낙지골목’. 휘장친 좁은 골목(길이 30m)에는 식당 두 곳과 15개의 좌판(노점상)이 있다. 수조와 플라스틱물통 안에는 갓잡힌 산낙지가 가득. 낙지 한 마리를 손으로 꺼냈더니 곧바로 먹물총을 쏜다. 한 접(20마리)에 3만∼6만원이 시세가. 세발낙지 한 마리에 2000원 내외다. 입구의 하남횟집(061―453―5805·성동리)에서는 낙지를 사면 실비로 연포탕 연포 산낙지회 등으로 장만해준다. 산낙지비빔밥은 7000원. 좌판상인이 안내하는 식당에서는 장만(자르거나 데치고 초고추장만 준다)비 5000원을 따로 받는다. 9월중순부터는 새우철. 살아 있는 차새우를 회로 먹는 ‘오도리’(‘춤춘다’는 뜻의 일본어)도 무안의 명물. 시세는 1㎏(40마리 내외)에 3만5000원선.
‘기절낙지’도 식도락가라면 빼놓을 수 없다. 산낙지의 내장을 발라 낸 뒤 대소쿠리에 넣고 손으로 여러차례 비벼대면 낙지살에서 거품이 일면서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이것을 막걸리를 발효시켜 1년이상 숙성시킨 천연식초에 깨 양파 고춧가루 소금 등을 넣어 양념한 ‘물초장’에 찍어 먹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낙지살은 씹는 맛이 산낙지와 전혀 다르다. 맛도 훨씬 담백하고 구수해 끝도 없이 젓가락이 간다. 새콤한 물초장은 먹을수록 입맛을 돋운다. 가격은 한 접시(3, 4인분)에 2만5000, 30000원. 기절낙지를 내는 식당(표 참조)은 모두가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있으며 가는 도중 바닷가 구릉지대에 들어선 해안마을을 볼 수 있어 이 길은 드라이브코스로도 좋다.
◇한우 및 돼지고기
무안의 특산물은 양파와 마늘, 그리고 밤고구마. 모두가 토양 좋은 황토밭에서 생산된다. 특히 전국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양파로는 양파를 먹여키운 한우고기, 양파음료인 ‘물좋은 양파마을’, 양파김치 등을 만든다가 특미. 돼지 짚불구이 역시 무안에서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음식. 돼지삼겹살을 짚에 피운 불에 석쇠로 구워 낸는 데 비계에서 기름이 적당히 빠진 데다 짚불 연기향이 고기에 배어 담백하다. 양파로 담근 김치를 곁드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 1인분(300g)에 6000원. 항공우주전시관 부근의 사창짚불구이(주인 김권기·061―453―7778·몽탄면 사창리)에서 맛볼 수 있다.
◇식당
기절낙지맛집
위 치
전화(061)
찾아 가기(출발지 무안읍)
송현횟집
망운면 송현리
452-1548
60번(지방도)∼송현(우회전)∼조금나루 직전
60번(지방도)∼24번(국도)∼홀통유원지
홀통옛날횟집
현경면 오류리
452-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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