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한국―나이지리아올림픽축구대표팀의 1차 평가전이 열린 성남종합운동장.
장거리 여행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한국에 1―5로 대패를 당했지만 나이지리아의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케디아(20·아약스)의 당차고 재빠른 몸놀림은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케디아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수비수 두서너명은 쉽게 따돌리는 돌파력으로 한국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여러차례 골기회를 엮어냈다. 과연 네덜란드 프로축구의 명문팀인 아약스가 기대하고 있는 최고의 신예스타다웠다.
반면 한국은 김도훈과 투톱을 이룬 이천수가 2골, 1어시스트로 맹활약했지만 중원에서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유연한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로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가 없어 경기 내용이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고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뛰어난 플레이메이커가 없기 때문.
강팀을 만나 엄청나게 밀릴 때에도 뛰어난 플레이메이커가 있으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으나 이런 ‘공수의 핵’이 없다보니 제 전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쉽게 패하기 일쑤.
허정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1차 평가전에서 고종수 김도균에게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맡겼으나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또 오른쪽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박진섭도 부진해 이천수의 활발한 공격력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공격 전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허감독은 1일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2차 평가전에서는 김도훈―최철우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이천수와 고종수를 플레이메이커로 번갈아 기용하며 미드필드진에 박진섭 김도균 김상식 박지성 송종국 등을 기용해 다양한 공격 전술을 실험할 예정.
축구 전문가들은 “시드니올림픽에서 상대해야 할 스페인과 칠레는 개인기가 뛰어나고 모로코 선수들은 순발력과 유연성이 한 수 위기 때문에 중앙에서 공격 전술을 지휘할 플레이메이커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