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지막 메이저테니스대회인 US오픈(총상금 1500만달러) 여자단식 패권은 올 윔블던처럼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미국)의 결승 대결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았다. 언니 비너스는 연승행진을 달리며 최근 4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세레나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
7일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여자단식 준준결승. 세계랭킹 1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와 “윌리엄스 자매끼리의 결승은 만들지 말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는 데이븐포트는 세레나를 2-0(6-4, 6-2)으로 꺾고 그 약속을 지켰다.
데이븐포트는 이 대회 직전까지 세레나와의 역대전적에서 1승 후 5연패에 빠졌을 정도로 열세였다. 하지만 이날 좌우 코너를 찌르는 묵직한 그라운드 스트로크와 안정된 서브 리시브를 앞세워 승부를 결정지었다. 반면 세레나는 서브 에이스 8-5, 위닝샷 30-17로 힘에서는 데이븐포트를 압도했으나 백핸드 스트로크 난조와 27개의 에러로 자멸했다. 동생을 열렬히 응원하던 비너스는 경기가 끝난 뒤 아쉬운 표정으로 황급히 관중석을 빠져나갔다. 올 호주오픈 챔피언인 데이븐포트는 98년 우승 이후 2년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게 됐다.
러시아의 복병 엘레나 데멘티에바는 안케 후버(독일)을 2-1(6-1, 3-6, 6-3)로 제압,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준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이로써 이번 대회 여자단식 우승의 향방은 데이븐포트-데멘티에바, 힝기스-비너스의 4강 대결로 좁혀졌다.
남자단식에서는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리하르트 크라이첵(네덜란드)에게 3-1(4-6 7-6 6-4 6-2)로 역전승, 준결승에 진출했다.
대회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샘프러스는 호주의 신예 루이튼 휴이트(19)와 결승행을 놓고 맞붙게 됐다. 8강에서 아르노 클레망(프랑스)를 3-0으로 완파한 휴이트는 90년 샘프러스 이후 최연소로 메이저 4강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