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올리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들이 있다. ‘스포츠맨의 꿈’이라는 올림픽은 누구나 가슴 설레는 이벤트지만 이들에겐 더욱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다.
화살같이 빠른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선수는 여자양궁의 김수녕(29·예천군청)이다. 그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것은 88년. 개인,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당시 17세의 앳된 소녀에서 이젠 두 아이를 둔 주부가 됐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을 마지막으로 93년 은퇴, 올림픽과의 인연이 영원히 끊길 줄 알았던 그가 다시 시드니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김수녕은 “지난해 선수로 복귀,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할 때만 해도 나 자신을 테스트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대표팀에 뽑혀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기왕에 참가한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타고난 승부사다운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야구드림팀Ⅲ’의 사령탑인 김응룡감독(해태).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의 명장이지만 올림픽만큼은 여간 긴장이 되지 않는 모양. 그는 “이렇게 떨린 적이 없다”며 ‘코끼리’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은 너스레를 떤다.
김감독에겐 20년 만에 다시 단 태극마크가 한편으론 부담이 된다. 선수로 뛸 땐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끝이지만 감독으로선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
하지만 화려한 야구인생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서슴없이 “마지막 승부를 걸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한국체조의 간판스타 여홍철(28·대산광고)은 시드니올림픽이 사실상 은퇴무대나 마찬가지다. 11년간 태릉선수촌에 뼈를 묻은 그는 이번에야말로 그 보상을 받을 때라고 여긴다. 96애틀랜타올림픽 도마결승 때 착지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에게 0.031점 차로 뒤져 은메달에 그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여자농구대표팀 최고참 정은순(29·삼성생명)은 역사적인 올림픽 남북동시입장 공동기수의 중책을 맡아 설레고 있고, 테니스 이형택(24)은 US오픈 16강으로 한껏 고조된 자신감을 ‘경쟁무기’로 내세워 세계 톱랭커들을 상대한다.
한편 북한의 스포츠스타들도 올림픽 개막을 기다리는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일본의 여자유도 간판 다무라 료코를 통쾌하게 눌러 ‘깜짝스타’로 떠오른 계순희는 이번 대회에서 한 체급 올린 52㎏급 제패로 ‘인민의 영웅’이 될 야망에 가득 차있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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