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창]북한 기자를 찾아라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34분


‘북한 기자단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동아일보 올림픽 특별취재반이 시드니에 도착한 것은 추석 연휴기간인 11일 오전. 공항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기자촌에 들러 여장을 푼 뒤 메인 프레스센터로 이동해 취재 부스를 설치하고 나니 어느새 땅거미가 져 있었다.

서울의 초겨울 날씨를 연상케 하는 쌀쌀한 밤 공기에 무턱대고 반소매 차림으로 덤벼든 것이 후회가 돼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북한 기자단은 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취재팀의 발걸음을 붙들어맸다.

굳이 독자에 대한 의무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궁금증이 있으면 즉석에서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 기자의 생리. 취재팀은 곧장 뿔뿔이 흩어져 메인 프레스센터를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1만5000여명의 기자를 모두 상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

다음엔 기자단 신분증명서 발급사무실에 쳐들어갔다. 알려줄 수 없다는 직원을 겨우 설득해 얻은 소득은 북한에서 온 기자단이 신분증명을 발급받은 기록은 없다는 것뿐. 그러나 북한의 이니셜인 ‘PRK’를 이용해 검색해본 결과 유일하게 1명의 북한 국적 기자가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사람이 바로 일본 도쿄에 있는 조총련계 격일제 신문인 조선신보의 천귀유기자였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그를 센터 내에서 찾는 것은 너무나 난감한 일.

취재팀은 올림픽촌 내에서 통용되는 집배신을 통해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은 없었다. 결국 이틀이 지난 다음에야 취재팀은 본사 제휴사인 일본 아사히신문의 도움을 얻어 14일 겨우 그와 만날 수 있었다.

천기자가 시드니에 있다는 정보를 얻은 지 꼬박 사흘만에 푼 숙제였지만 마침 그와의 만남 때 박지원문화관광부장관이 본사 부스를 방문해 서로 조우하게 되는 등 취재팀으로선 모처럼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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