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000년 9월15일 오후 7시27분(한국시간). 장내아나운서가 ‘코리아’의 입장을 알리자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모인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명, 두명, 세명….
어느새 11만여명의 관중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고 역대 어느 올림픽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환호와 함성으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붕은 쩌렁쩌렁 울렸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하나됨을 축하하는 세계인의 메시지였다.
흰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200개 참가국 중 96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선 180명의 남북한 선수단은 북한의 박정철감독과 남한의 정은순을 공동 기수로 앞세우고 환호하는 관중에게 여유있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본부석에 앉아 있던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얼굴로 ‘코리아’선수단에 손을 흔들었다.
공동 기수 뒤에서 선수단을 이끈 김운용 IOC 집행위원과 장웅 IOC 위원, 이상철 한국선수단장, 윤성범 북한선수단장 등 남북 체육계 인사 4명은 서로 손을 꽉 잡은 채 높이 치켜들어 한민족의 화합 의지를 세계 만방에 과시했다.
남북 구분 없이 뒤섞여 입장한 선수들도 서로 정겨운 눈빛과 정담을 나누며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동시 입장을 축복하는 관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1956년 호주 멜버른올림픽 개막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독과 서독이 단일팀으로 나란히 동시입장한 지 44년 후 똑같은 장소인 호주에서 한민족은 남과 북의 구분이 없었다.
56년 독일팀이 입장할 때의 국가(國歌)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 ‘코리아팀’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설 때는 한민족의 한과 고난 극복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아리랑’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선수들은 운동장 오른쪽 끝 부분에 자리를 잡자 역사적 순간의 벅찬 감격을 뒤늦게 나누고 개막 이틀째인 16일부터 경쟁자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서로에게 최고의 성적을 기원했다.
남북 선수단이 본부석을 지나 운동장으로 완전히 들어서기까지 5분여간 관중들의 열광적인 축복은 계속됐고 남북 선수들의 따뜻한 동포애 나누기도 이어져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시드니〓올림픽특별취재반>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