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철인 3종 금 33세주부 맥 마혼

  • 입력 2000년 9월 16일 18시 46분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에 채택된 경기로 그야말로 운동으로 단련된 어지간한 남자도 하기 힘든 ‘극기훈련’의 전형이다.

파도가 덮치는 바다에서 1.5㎞를 헤엄친 다음 사이클 40㎞와 10㎞ 달리기를 해야 한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33세의 주부 브리지트 맥마혼(스위스).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가슴 뭉클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맥마혼은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하던 무명. 선수로서 고령이거니와 하계종목에서 이렇다할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스위스 출신이었기 때문.

이 같은 예상은 수영과 사이클이 끝날 때까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수영에서 9위, 사이클에선 13위에 머물렀기 때문. 관중의 시선은 96애틀랜타 미국 계영팀 일원으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수영부문 1위 셸리아 타오미나와 사이클에서 1위로 들어온 호주 출신의 세계랭킹 1위 미셸리 존스에게 쏠렸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도 10㎞ 달리기의 결승점인 오페라하우스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최종 2㎞에서 갈렸다. 맥마혼은 시드니 시민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 앞서 달리던 존스를 제쳤고 결국 합계 2시간40초52로 존스를 불과 2.03초차로 앞서 올림픽 사상 첫 ‘철녀’에 등극했다.

사실 결혼전까지만 해도 맥마혼은 철인3종경기와 거리가 멀었다.

수영선수였던 맥마혼은 92년 하와이의 철인경기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미국 철인3종경기 선수 출신인 남편 마이크 맥마혼을 만났다.

철인3종경기는 남편따라 취미삼아 하는 정도. 그러나 97년 아들을 낳은 다음 상황이 바뀌었다.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아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목표를 철인3종경기 세계 제패로 삼았다.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이던 남편도 올림픽 18개월전부터 개인코치를 자청해 외조에 나섰다.

수영선수 출신인 그가 10㎞달리기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앞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남편과 함께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함께 달렸기 때문.

대부분의 여자선수들이 결혼과 출산으로 운동을 포기하는 것과는 반대로 맥마혼은 남편과 아들의 힘으로 세계 제패를 일구어낸 것.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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