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육상 남자 1만m에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게브르셀라시에는 25일 첫 경기를 앞두고 새 인생설계를 밝혔다.앞으로 2008년까지 두 번의 올림픽에 더 출전한뒤 정치인으로 변신해 에티오피아인들에게 또다른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것.
육상 남자 5000m와 1만m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27·에티오피아)는 ‘육상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육상 중장거리에서 그가 남긴 업적이 너무나 위대하기 때문.
그는 에티오피아의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학교를 다니기위해 매일 10km 이상을 뛰어야 했다. ‘맨발의 육상 영웅’ 아디스 아베베(에티오피아)의 삶에 감동받아 15세때 마라톤에 입문했고 그뒤 중장거리로 전환한뒤 93년이후 5000m와 1만m에서 무패행진을 계속했다. 1만m에서만 무려 14번의 세계기록울 혼자 경신했고 5000m와 1만m의 세계기록을 동시에 수립한 것도 78년 헨리 리노이후 게브르셀라시에가 두 번째.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양말도 신지 않은채 연습하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부상을 입었지만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그의 삶은 ‘인내’라는 영화로도 제작돼 에티오피아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고 국제육상연맹은 그를 올해의 선수(98년)로 선정했다. ‘러너스월드매거진’이란 육상잡지는 그를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뽑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조국은 너무나 가난했다.‘에티오피아가 낳은 최고의 육상 스타’라는 찬사에 안주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했다.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던 게브르셀라시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땃을 때 국민들이 공항까지 마중나와 열렬히 환영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 그 수단은 정치가 될 것이다”.
한편 게브르셀라시에는 시드니올림픽이후 마라토너로 변신,52헬싱키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마라톤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수립했던 에밀 자토펙(체코)의 대기록에도 도전한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