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 16승 금자탑…亞선수 최다승 타이

박찬호(27·LA다저스)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한시즌 최다승이자 아시아선수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승 타이인 16승을 달성했다.

20일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가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8회초까지 애리조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박찬호는 더그아웃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허공을 바라봤다. 마치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긴 것처럼….

지루하게 계속된 0의 행진. 8회말 자신을 대신해 타석에 나선 폴 로두카가 플라이아웃으로 물러서 2사가 되자 박찬호는 근심스러운지 다시 기르기 시작한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그대로 8회를 넘기면 박찬호는 승패를 남길 수 없는 상황.

하늘이 도왔을까. 1번타자 톰 굿윈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하자 박찬호의 눈빛이 달라졌다.

다음타자는 마크 글루질라넥. 글루질라넥이 쳐낸 볼이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가 됐고 발빠른 굿윈이 3루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벌떡 일어선 박찬호가 환영의 의미로 헬멧을 쓴 굿윈의 머리를 신나게 두들겨댔다.

다저스의 1―0 승리.

박찬호는 시즌 내내 물방망이로 그를 괴롭혀온 타선의 막판 도움으로 풀메이저리거 5년 만에 최다승을 거뒀다. 시즌 16승10패. 평균자책도 3.53으로 크게 낮췄다.

한시즌 16승은 개인 최다승일 뿐만 아니라 97년 팀 동료였던 일본인 노모 히데오(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세운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과 타이. 앞으로 2경기 등판이 더 남은 박찬호가 아시아 최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

이날 박찬호의 승리는 단순히 행운 탓만은 아니었다. 제구력에 문제를 일으키며 난타당하다 간신히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를 챙기는 비굴한 투구가 아니었다.

비록 볼넷 4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최고시속 151㎞의 빠른 직구와 타자 바깥쪽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무기로 6안타만 내주며 삼진 8개를 잡아내는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박찬호는 이날 삼진 8개를 추가해 올시즌 탈삼진수를 191개로 늘려 15승을 올렸던 98년과 탈삼진에서도 최다타이를 기록했다. 이날 박찬호는 33타자를 맞아 115개의 공을 뿌려 73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박찬호는 2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17승에 도전한다.

<전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