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5시 반. 시드니 올림픽 펜싱 플뢰레에 출전한 김영호(金永浩·30·대전도시개발공사 소속) 선수가 우리 국민에게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주자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임리 김선수의 집은 환호로 가득 찼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검객’이 된 김선수의 가족들은 환호 대신 눈물을 쏟아냈다. 김선수의 어머니 현순돌씨(65)는 “간밤 꿈에 돈봉투 2개를 받아 좋은 일인지 어쩐지 궁금해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선수의 아내인 김영아씨(30)는 “일반인들의 관심 밖인 비인기 종목이지만 꼭 금메달을 따내겠다며 그토록 집념을 보이더니…”라며 아들 동수군(2)을 꼭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영아씨는 남편과 함께 펜싱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지만 96년 결혼한 뒤 “남편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겠다”며 선수 생활을 접었다.
김선수는 착하고 효성스러웠다. 그 고된 훈련의 와중에서도 농번기가 되면 친구들을 여러 명 데리고 와 85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농사를 지으며 자녀들을 키워온 어머니를 도와 두엄을 치거나 모를 심고 벼도 베었다.
“영호는 이번 올림픽 출전을 위해 시드니에 간 뒤에도 걱정이 됐던지 매일 국제전화를 걸어 ‘최선을 다할 테니 너무 애태우지 마세요’라며 나를 안심시킨 뒤에야 잠자리에 들곤 했어요.”
어머니의 마음에 늘 걸린 것은 선수 생활을 넉넉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
아내 영아씨는 “남편은 한때 폐가 좋지 않아 고생했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큰 불만 없이 운동에 전념하는 스타일이었다”며 “동수도 아버지를 닮은 훌륭한 펜싱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산〓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