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경기만큼 'TV화면발' 중요해"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02분


‘더 아름답게, 더 화려하게, 더 눈에 띄게’

영상시대에 등장한 또 하나의 ‘올림픽 구호’다. TV 중계가 올림픽의 상업화를 부추기면서 이제는 선수들이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경기를 치르는 것 못지 않게 ‘TV 화면발’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각 종목마다 좀더 TV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바로 푸른색 유도복이 그 좋은 예. 97년 파리 세계유도대회부터 등장한 푸른색 유도복은 올림픽에서는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유도의 기본정신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흰색 유도복을 고수하려는 종주국 일본의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시청률을 앞세운 TV의 위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가장 TV적인 스포츠’의 대표적인 예는 리듬체조다. 최신 유행 메이크업을 하는 등 모델을 방불케 하는 날씬한 몸매의 여자 선수들이 음악에 맞춰 곤봉이나 리본, 공과 하나가 돼 인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리듬체조는 시각적인 종목.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리듬체조 선수들이 더욱 화려해진 복장으로 등장했다. 이번부터 선수들의 복장에 반짝이는 스팽글이나 비드 장식 등을 달고 나오는 것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펜싱도 기존의 검은 펜싱복이 영상시대에 적합하지 않게 ‘칙칙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올림픽부터 컬러와 국가 상징문양이 들어간 새 복장 규정이 도입됐다. 이에따라 한국 선수는 팔과 허벅지에 빨강색과 파랑색으로 된 태극문양을 변형해 길게 늘어뜨린 디자인의 펜싱복을 입고 출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국제펜싱연맹은 시각적인 효과를 고려해 투명마스크 도입을 추진중이다. 당초 국제펜싱연맹은 이번 올림픽부터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기존의 마스크 대신 TV 카메라가 선수들의 표정을 세세하게 잡아낼 수 있는 투명 마스크를 도입하려 했으나 안전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일단 보류했다.

‘컬러공’의 등장도 이번 시드니 올림픽의 특징. 핸드볼경기에서는 붉은색 공이 도입됐고 배구 경기에서도 노랑, 파랑, 흰색이 섞인 공을 선보였다. 탁구에는 이미 오렌지색 공이 사용되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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