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남자배구 미국과 대 접전,3-2로 승리

  • 입력 2000년 9월 23일 18시 37분


3연패로 예선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 남자 배구가 강호 미국과 일대 접전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승리해 귀중한 1승을 올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3패를 기록해 물러설 길이 없는 미국을 맞아 한국은 세트마다 역전과 타이를 거듭하는 격전을 벌였다. 세트 스코어 3-2.

한국은 첫세트는 25-20으로 따냈으나 2세트에서 듀스까지 가는 접전끝에 아깝게 25-27로 내줬다.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은 3세트를 26-24로 잡았으나 4세트는 21-25로 무너졌다.

5세트에서 한국은 3-5, 4-6, 6-8로 밀리다 신진식의 강타가 터져 8-8동점.김세진의 블로킹으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9-9,10-10, 11-11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계속했다.

김세진의 직선 강타로 한점을 달아났으나 미국도 다시 1득점 12-12.또다시 한점씩 주고 받아 13-13.

2시간여에 걸친 접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미국은 서브 실수에 이어 공격 범실로 자멸했다.15-13.

이로써 한국은 유고와의 마지막 경기에 일루의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경기가 끝난뒤 신치용(45) 배구대표팀 감독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성균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철용 여자대표팀 감독이 일찌감치 8강 진출에 성공, 24년만에 올림픽 메달의 꿈을 한껏 부풀리고 있는 것과 달리 팀이 3연패의 수렁에 빠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이다.

지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안 신 감독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벤치와 코트앞을 들락거리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조금이라도 밀린다 싶으면 지체없이 `작전타임'을 불러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소속 팀인 삼성화재의 슈퍼리그 4연패, 2회 연속 남자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을 이끌며 숱한 승리의 순간을 맛봤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첫 승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는게 신 감독의 말.

세계랭킹 1,2위팀과 한 조에 속해 출국전부터 8강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 막상 3연패에 빠진뒤에는 지난 6개월여동안 혹독한 훈련을 참아온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잠을 못이뤘다.

"어려운 경기에 매번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첫 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신 감독의 표정에는 어느새 여유가 배어 있었다.

오세린/동아닷컴기자oh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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