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에서 새천년 첫 육상여왕을 꿈꾸는 매리언 존스의 5관왕 행보에 곳곳에서 암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존스의 출발은 순조로왔다. 23일 열린 100m에서 자신의 올시즌 최고 기록인 10초75를 기록하며 첫 금메달을 따냈을 때만해도 존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존스에게서 웃음이 사라지는데는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25일 남편인 해머던지기 선수 C J 헌터의 금지약물 복용설이 터져나온 것. 헌터는 존스에게 남편 이상의 존재. 노스캐롤라이나 학생시절 선수와 코치로 만나 결혼에 까지 골인한뒤 헌터는 존스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이런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미국 육상인들은 헌터의 약물복용설이 터진뒤 오히려 존스의 심리적 안정을 더 걱정해야 했다.크레이그 매스백 미국 육상팀 감독은 “존스가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자신의 목표를 계획대로 완수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400m 우승자 마이클 존슨도 “그녀가 올림픽에서 뭘 이뤄야 할지를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여기다 일부에서는 존스까지 금지약물을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과연 헌터의 약물 사용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자 존스는 2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터의 도핑사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말해 정신적 충격이 만만찮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존스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25일 열린 여자 400m 결선에 미국선수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30일 열리는 1600m계주에서 5관왕의 피날레를 장식할 꿈에 부풀어 있던 존스로서는 동료들의 도움은 커녕 금메달을 위해서는 아예 혼자 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멀리뛰기를 포함해 캐시 프리먼(호주)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200m까지 금메달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존스가 이런 악재들을 잘 극복하고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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