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가 비어있어 걸러도 됐지만 볼카운트 1―3에서 이승엽이 헛스윙해 2―3이 되자 승부를 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마쓰자카도 이승엽을 앞타석에서 모조리 삼진으로 잡았기 때문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을 것이다. 구위가 떨어진 직구를 이승엽이 잘 받아쳤다.
한국타자들은 대회 초반엔 150㎞대의 빠른 공에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췄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빠르게 적응력을 보였다. 예선리그 후반부터는 두려움 없이 빠른 직구를 제대로 공략했다. 선발로 나온 구대성은 이날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좌우 코너워크가 아주 돋보였다. 특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왼쪽 오른쪽 코스를 번갈아 섞은 게 좋았다. 가끔씩은 완전히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져버리는 공도 던져 타자들을 혼란시켰다.
<대표팀 인스트럭터>
빠떼루아저씨 "보통선수라면 상상도 못할 일"
김인섭은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며 장한 경기를 했다.
객관적인 실력면에서는 나자리안보다 월등히 나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잇단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은섭은 어제밤 잠을 잘 때도 고통스러워 몸을 펴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잤다. 마사지와 진통제 주사에 의지해 결승까지 오른 것은 보통 선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날 김인섭은 경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종 밝은 표정을 지으며 상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나자리안은 이미 김인섭의 부상을 알고 이 점을 적극 파고들었다. 김인섭으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
김인섭 같은 선수가 있는 한 한국 레슬링의 미래는 밝다. 그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다.
<김영준·레슬링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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