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딴 정재은선수의 어머니 조영희씨(48)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집에서 TV를 통해 막내딸이 금메달 따는 순간을 지켜보며 연방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매일같이 금메달을 목에 건 재은이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막상 금메달을 따고 나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스스로 열심히 운동한 재은이가 너무도 대견스럽습니다.”
월세 18만원짜리 지하셋방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는 “방이 없어 재은이는 중학교 때부터 체육관 생활을 했다”면서 “따뜻한 밥 한번 해주지 못했는데 금메달까지 따주어 정말 고맙다”며 목이 메었다.
둘째 오빠 재원씨(26)도 “재은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태권도 시합에서 지는 모습을 보고 자기가 대신 이겨주겠다며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승부욕이 강해 이렇게 오빠 몫까지 해낸 재은이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터키선수와의 준결승전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던 50여명의 이웃 친지들도 결승전 3회전에서 상대선수의 경고누적으로 점수가 3점차로 벌어지자 일제히 “이제는 이겼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태권도선수 출신인 아버지 정병상씨(51)는 호주 시드니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하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