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마라톤]끝내 고개 떨군 '봉주의 가족들'

  • 입력 2000년 10월 1일 17시 22분


이봉주의 어머니 공옥희씨(63)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봉주가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모습을 나타낸 어머니의 "힘내라" 는 소리를 듣고 "어어어,엄니"라며 막판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는 삼성전자의 애니메이션 CF 콘티는 결국 '희망 사항' 으로 끝났다.

1일 오후 시드니올림픽 주경기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전자의 초청으로 28일 시드니에 도착한 어머니 공씨는 이날 경시 시작 한시간이 지날 무렵부터 관중석 한켠에서 아들의 입성을 초조하게 기다렸다.경기 시작전 한국에서 가져온 청심환을 한 병 다 마셨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체 진정시킬 수가 없는지 손에 쥔 휴지뭉치를 연신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장남 성주(39)씨도 행여 부정이라도 탈까봐 한달째 면도를 안했지만 긴장된 표정을 감추기엔 덥수룩한 수염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야속한 시드니 하늘은 어머니와 형의 간절한 기도를 끝내 외면했다.10km 지점에서 넘어진 이봉주는 24번째만에 간신히 주경기장 트랙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어머니 홍씨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이봉주에 앞선 23명의 선수가 한명씩 주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낼때마다 어머니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 깊은 한숨을 내몰았다.

천안 집 근처 절에서 한달간 불공을 드렸는데 그것도 모자랐나봐유…

마침내 트랙에 들어선 아들을 보자 어머니의 눈시울은 홍건히 젖어들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